왼쪽부터 이준서 전 최고위원, 김성호 전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 2017.7.31/뉴스1

검찰이 31일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성호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과 김인원 부단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당 차원의 개입이 없었다는 측면에서는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의 결론과 같지만, 제보 조작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의원 연석회의에서 "당의 진상조사로 밝혀진 사실관계와 오늘 검찰이 밝힌 사실관계는 한 치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당 자체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 결과는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진상조사단은 3일 "당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종합적인 결론은 이씨의 단독범행"이라며 "조직적으로 없는 증거를 조작할 만큼 미숙한 정당이거나 파렴치한 정당은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 역시 "이씨와 이씨의 남동생이 카카오톡 대화자료와 녹음파일을 조작했다"며 당 차원의 개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씨가 독자적으로 '제보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수석부단장과 김 부단장이 전혀 제보 조작을 알지 못했다는 진상조사단의 발표와 달리, 검찰은 이들이 제보가 허위 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파악했다.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꼬리 자르기' 시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진상조사단은 "이씨가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고, 사실 일체를 6월 24일 이용주 의원 등에게 털어놨다"며 "김 수석부단장, 김 부단장, 이준서 전 최고위원 등은 '6월 25일 5자회동을 전후로 증거조작을 최초로 인지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부단장과 김 부단장, 이 전 최고위원 모두 이씨가 실토하기 전까지는 제보가 조작됐음을 알지 못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검찰은 다르게 판단했다. 김 수석부단장과 김 부단장은 이씨의 고백 이전에 이미 제보가 허위이거나 허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 수석부단장과 김 부단장은 이씨가 조작한 카카오톡 대화자료를 근거로 5월 5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 문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특혜 취업했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수석부단장과 김 부단장은 제보 진위 공방이 가열되던 5월6일 문씨와 제보자의 파슨스스쿨 재학기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이 제보가 허위라는 사실을 인지했거나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제보 내용에 대해 추가 확인 없이 다음날인 5월 7일 또 다른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국민의당은 김 수석부단장과 김 부단장이 증거 조작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제보 조작을 의심할 수 있었는데도 기자회견을 강행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김 수석부단장과 김 부단장 또한 이씨와 마찬가지로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 받게 된 것이다. 

국민의당은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무혐의를 받은 셈이다. 다만 제보가 허위 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기자회견을 강행했다는 차원에선 면죄부를 받지 못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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