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17.7.20/뉴스1

추가경정예산안이 22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추경안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에 처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남은 의원 수를 다 합쳐도 146명. 150명인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표결은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면서 추경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추경안 통과를 위한 '아쉬운' 소리를 해야했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과의 대립 전선을 선명하게 긋는 데 주력해 왔다. 여당과의 일대일 대립 구도를 만들어,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이 목적이다. 홍준표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본부중대와 1·2·3중대가 신4당 연합을 해본들 결국 야당은 우리 밖에 없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가 청와대의 5당 대표 회동 제의를 거절한 뒤 남긴 "들러리는 서지 않겠다"는 발언에서도 의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홍 대표는 취임 직후에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만 예방하면서 뒷말을 낳은 적이 있다. 

그러나 대여 압박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야3당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여당인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당이 가진 의석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다른 두 정당과 공조를 해야 하면서도 무시해야 하는, 모순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것이 한국당이 처한 어려움이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뿌리가 같다. 이념 노선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바른정당 또한 개혁적 보수를 기치로 내걸면서, 정부여당과 일정 정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한국당의 '우경화' 행보도 이들과의 연대를 막아 서는 장애물이다. 민주당으로선 국민의당·바른정당의 조력만 있다면 한국당을 '배제'해도 무방하다.  

'일자리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은 일견 존재감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룬 것은 추경안 통과를 1시간 늦춘 것 뿐이다. 문제의 핵심이었던 중앙공무원 채용 규모와 관련해 야3당은 1000명 이상은 안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민주당과 2575명을 증원하는 절충안에 합의하면서 한국당과의 공동전선에서 이탈했다. 한국당은 배제됐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한국당은 보수 지지층 복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얼미터가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의 지지도는 16.0%다. 지난주 대비 1.6% 올랐지만 107석 규모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지지도가 박스권에 갇혔다는 것이다. 한국당 지지도는 최근 5주간 소폭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15% 언저리에 머무르고 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