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2017.7.2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부자 증세'를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대상은 초(超) 고소득층과 초 대기업에 한정된다. 중산층·서민·중소기업은 5년 내내 증세가 없다"고 했다. 이른바 '핀셋 증세론'이다. 국민적 저항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노무현정부의 '종합부동산세'와 박근혜정부의 '담뱃값 인상'의 경우에서 보듯 증세 추진은 항상 '악재'였다.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참여정부 마지막 해였던 2007년(19.6%)이다. 정부 출범 직후 18.2%였던 조세부담률은 2004년 17.4%, 2005년 17.8%, 2006년 18.6%로 증가했다. 참여정부의 대표적 증세 정책은 종합부동산세였다. 2005년 '상위1%' 과세를 목표로 종부세를 신설했다. 양도세 역시 강화했다. 

2006년엔 개인별로 부과하던 종부세를 세대별로 합산해 부과하도록 변경했다. 개인별로 부과하면 부부 공동명의로 등기하거나 자녀에게 증여 또는 상속하는 방법으로 종부세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30만명의 고소득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전 국민에 대한 세금폭탄으로 인식됐다. 여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한나라당은 이를 발판으로 2007년 이명박정부를 탄생시켰다.

이명박정부는 증세의 역효과를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명박정부는 감세정책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추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인 '대통령의 시간'에서 "나는 17대 대선에서 감세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을 조세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이는 경제학 교과서의 금과옥조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정부는 종합소득세를 인하하고,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를 확대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인하했다. 종부세의 과세기준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했다. 세대별 합산 역시 개인별 합산으로 되돌렸다. 이명박정부 기간 동안 조세부담률은 2008년 19.3%에서 2010년 17.9%까지 떨어졌다.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걸고 출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국민적 저항'을 비껴가기 위해 꼼수 증세 정책을 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5년 '담뱃세 인상'이다. 박근혜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을 이유로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담배 판매량은 인상 첫해 2015년 33억3000만갑에서 2016년 37억갑으로 증가했다. 담뱃세는 2015년 10조5000억원에서 2016년 12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담뱃세 인상은 2016년 20대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납세자연맹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흡연자 10명 중 6명이 담뱃값 인상이 지지정당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박근혜정부는 이외에도 △소득세 상위구간 추가 신설 △소득세 최고구간 적용대상자 확대 △법인세 최저세율 상향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 상위 10% 과세 강화 등을 추진했다. 박근혜정부 조세부담률은 출범 첫 해 2013년 17.9%에서 2014년 18.0%, 2015년 18.5%로 매년 꾸준히 올랐다. 2016년에는 19.4%(잠정치)에 육박했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정부는 이번 증세가 '초(超) 대기업', '초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정부 당시 세금폭탄이라 불리며 역풍을 맞았던 '종부세'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시행을 위한 예산은 5년간 178조원이다.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증세의 핵심을 어떻게 알리느냐가 향후 국정운영을 좌우하게 되는 상황이다. '명명'을 두고 여당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가는 상황이다. 

제윤경 민주당 대변인은 "상위 0.08% 슈퍼리치 증세"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정부의 증세를 무엇으로 부르면 좋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증세의 핵심은 소득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해선 과세 구간을 신설해 25%를 적용하는 것이다. 전체의 0.019%다. 5억원을 넘는 고소득자에 대해선 현행 40%에서 42%로 늘리는 것이다. 전체 국민의 0.08% 정도다. 

문장원 기자  moon3346@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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