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금암순대. 이정환 기자 tom5148@ifocus.kr

순대국밥이란 걸 처음 먹어본 건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다. 동네에 방천시장이라는 현대식 전통시장이 생겼는데 입구에 친구 재학이네 엄마가 순대집을 차렸다. 

재학이네 엄마는 순대를 직접 만들어 팔았다. 선지와 삶은 계란 노른자를 넣은 독특한 순대였다. 돼지 사골과 잡뼈를 우려낸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어린 나이에 순대국밥 매니아가 됐다.

나는 지금도 하루에 한끼씩은 순대국밥을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다만 내 입에 맞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재학이네 순대맛에 익숙한 나는 피순대를 좋아한다. 오늘은 맛있는 피순대집을 소개하겠다.

전주는 피순대가 유명하다. 외부인들은 남문시장의 조점례피순대를 찾지만 현지인들에겐 금암동의 금암순대가 유명하다. 필자의 입에도 금암순대가 훨씬 낫다. 

남해로 출장을 가다 우연히 발견한 소갈비가 유명한 경남 함양 안의 5일장터 할머니순대국밥은 정읍의 화순옥을 만나기 전엔 최고의 맛집이었다. 

경남 함양군 안의 5일장터 앞 <할머니순대> 이정환 기자 tom5148@ifocus.kr

안의는 소갈비찜이나 소갈비탕이 유명한 고장인데 정작 그곳 사람들은 할머니순대국밥을 손꼽아 쳐준다. 한번은 오후 1시쯤 들렀더니 문 앞에 '오늘은 국밥이 다 팔렸으니 다음에 오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더라. 

내가 가장 맛있다고 인정하는 피순대집은 전북 정읍 샘고을시장 안에 있는 화순옥이다. 60년 이상 한곳에서만 장사를 하는데 그 맛이 암뽕순대로 유명한 담양의 청운식당과 비슷하다. 알고보니 원조 할머니의 고향이 전남이라 거기서 배운 솜씨로 맛을 내는 집이다. 오히려 담양보다 맛이 뛰어나다. 

내 입엔 최고의 순대국 맛집인 정읍의 <화순옥> 이정환 기자 tom5148@ifocus.kr

얼마 전 정읍에 3박4일간 출장을 갔었는데 매일 한끼 이상을 먹을 정도로 내입엔 딱이었다. 물론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다. 맛은 서열을 정할 수가 없다.

글을 쓰다 보니 점심시간이다. 오늘도 을지로3가 동원집에 가서 순대국밥이나 한 그릇 먹어야겠다. 다음엔 서울식 순대국밥 맛집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정환 기자  tom5148@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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