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에 대한 취업특혜 제보조작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7.7.12/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입이 열렸다.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이 터진 후 17일간 침묵을 유지하던 안 전 대표는 12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면서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모든 짐을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면서도 여전히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KSOI가 9일 발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보조작' 사건에 국민의당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1.7%에 달한다. 이런 의구심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사건의 전말이 허탈할 정도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번 사태에 대해 "기본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팩트체크를 하지 않았고, 제보자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면 공당으로서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 전, 그들이 파악한 근거는 음성 녹음 파일과 카카오톡 캡쳐 이미지 뿐이었다. 제보자의 신원은 이메일 주소만 갖고 파악했다. 당시 기자회견이 몰고 온 파장을 생각한다면 정당으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셈이다. 

대선 당시 안 전 대표의 대선 캠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안 전 대표 본인 역시 12일 기자회견에서 "신생 정당으로서 체계를 제대로 잡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었다"며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캠프 조직이 제 기능을 못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사례는 이 밖에도 더 있다. 국민의당은 4월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친척 권모씨 또한 고용정보원에 특혜 채용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용주 당시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은 "인사와 관련된 내부자로 있었던 사람으로부터 증언을 확보했다"고 말했지만, 10일 뒤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며 "권 여사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권투 세계 챔피언 출신인 홍수환씨가 안 전 대표 지지 선언을 했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정정하는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 대선 캠프의 문제점을 '플랫폼형 조직'에서 찾기도 한다. 제도권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새정치'를 구호로 내걸었던 안 전 대표가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면서, 캠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상돈 의원은 4일 MBC뉴스에 출연해 "안 전 대표가 당 공식기구와 긴밀하게 선거운동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대표의 말마따나 "공동 정범"으로 구속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안 전 대표가 영입한 1호 외부인사였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결국 대선 캠프의 '오작동' 역시 안 전 대표에게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안 전 대표는 10여분 간의 짧은 기자회견 동안 '책임'이란 단어를 11번 반복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먼저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예상을 넘는 정도까지 책임져왔다"고 말했다.

책임이란 단어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안철수'다. 다시, 공은 안 전 대표에게 돌아왔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