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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례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 5] "조상제사, 형식보다 정성"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3.03.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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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천위 제례' 지내는 모습(봉화 계서 성이성종가). [사진제공=한국국학진흥원]

(안동=포커스데일리) 김은영 기자 = 한국국학진흥원은 제례문화의 바람직한 계승을 위해 '제례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마지막 5편의 주제는 '조상제사, 형식보다 정성'이다.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예禮

전통예법에 '시례(時禮)'라는 말이 있다.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예'라는 뜻이다. 조상제사의 지침을 마련한 주자를 비롯해 퇴계 이황과 사계 김장생 등도 예(禮)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예에는 변하지 않는 불변적 속성과 외부환경에 의해 달라지는 가변적 속성이 있다. 제례문화에서 변하지 않고 지속해야 할 가치는 조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이고, 처한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은 형식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조상제사는 정성을 다해 지내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제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

한국국학진흥원은 2016~2017년에 걸쳐 조상제사의 변화양상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제사시간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기제사는 저승의 혼령이 다니기 편한 어두컴컴한 밤에 지내는데, 정확한 시간은 자시(子時)라고 해서 밤 11시~새벽 1시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 대부분의 가정에서 제사시간을 저녁 6~8시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늦은 밤에 지낼 때보다 제사에 참여하는 부담감이 훨씬 줄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잦은 제사에 대한 현실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머니(부인) 제사를 생략하고 할아버지(남편) 제사에 함께 모시는 합사(合祀)라는 새로운 습속도 생겨났다. 이로써 부모 · 조부모 · 증조부모 · 고조부모까지의 제사를 지내고 있는 경우에는 평균 1년에 8회의 제사를 4회로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기존의 4대봉사를 증조부모나 조부모까지로 제한하면 제사 횟수는 대폭 줄어든다.

곳곳에 부는 변화의 바람

조상제사를 둘러싼 변화는 종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매년 특정 공휴일을 정해 시조를 비롯한 모든 제사를 동시에 지내는 종가도 적지 않은데, 그럴 때마다 전국에서 후손들이 모여들어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종가의 불천위 제례에는 직계자손뿐만 아니라 전국각지에 흩어져 있는 혈족들이 참여하는 탓에 늦은 밤 제사를 마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초저녁 시간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안동의 퇴계종가에서도 수년 전 퇴계 선생의 불천위 제례에 참여한 후손이 새벽 귀가를 하던 중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나서 제사시간을 저녁 6시로 변경했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모든 문화가 그러하듯이 제례문화 역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다만 자신들의 수고로움을 덜어내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제례문화가 단절되는 것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영 기자  eunnara02@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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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제례문화#조상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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