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 설치된 금연 현수막. [사진제공=서울시]

(서울=포커스데일리) 전홍선 기자 = 최근 서울시가 한강공원을 금주·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추진 과정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던 시가 결국 시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여론조사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방침이을 세웠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한강사업본부는 이르면 다음 달 양화·여의도·반포 등 한강공원 11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각 공원에 평균 5개씩 설치한다는 계획 아래 전문가 자문회의와 현장 방문을 거쳐 위치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는 최근 한강공원 내 흡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한강사업본부가 올해 진행한 '한강시민공원 금연구역 지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9명이 금연구역 지정에 찬성했다. 특히 어린 자녀나 반려동물과 함께 공원을 찾는 시민은 담배 연기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한강사업본부는 먼저 흡연부스를 설치하고 이곳으로 흡연자들을 유도하는 방안을 택했다. 하지만 2015년에도 흡연부스 설치를 검토하고 금연구역 지정을 추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더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강공원이 워낙 넓어 단속이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흡연자 대부분이 주차장이나 화장실 인근 등에 모여 피우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침수 상황까지 고려해 흡연 부스의 위치와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며 "금연구역 지정은 여러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신중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주구역 지정 논의는 1년 넘게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도심 공원 등에서 모임과 음주를 제재하면서 서울시는 한강공원에서의 음주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지난해 4월 말 의대생 손정민 씨가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다 숨진 사건도 영향을 줬다.

서울시는 도시공원과 어린이 놀이터 등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수 있게 한 조례가 있다. 하지만 술을 마시다 소음·악취를 유발하는 경우 등에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 음주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한강공원은 하천법상 녹지에 해당해 음주청정지역으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6월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금주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한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되면서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됐다.

서울시도 조례 개정 뒤 구역 지정·고시 등 절차를 거쳐 한강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시 관계자는 "상위법이 개정됐으니 이에 맞춰 조례는 개정할 것"이라면서 "다만 실제 금주구역 지정 문제는 여론조사를 시행하는 등 여러 의견 수렴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홍선 기자  adieuh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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