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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한국 고전소설 속 157종의 '요괴' 고찰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 발간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 발간, 구운몽, 전우치전, 홍길동전 등 한국 고전소설 76편에 등장하는 157종의 요괴 서사와 특징을 고찰, 요괴를 정체에 따라 분류하고 요괴 서사 유형을 구분하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2.08.0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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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장군 아귀'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안동=포커스데일리) 김은영 기자 =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한국 고전소설 76편에 등장하는 157종‘요괴’의 서사를 심도 있게 분석해 한국형 요괴학의 시작을 알릴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이후남 지음)를 발간했다.

이 책의 저자인 이후남(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은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 관련 기록을 수집하고 연구하면서 ‘한국형 요괴’라는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한 신진학자다.

현재는 이 책에서 다룬 76편의 악성(惡性) 요괴에 더해 고전소설 126편에 나타난 선성(善性) 요괴를 연구해 망라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저자는 비주류로 취급받던 고전소설 속 ‘요괴’ 연구에 집중해 「고전소설에 나타난 여우 퇴치담의 양상과 의미」, 「치유담으로 읽는 <전우치전>」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요괴 연구를 학문적 연구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모색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우 정령'

□ 이 책의 목차

우선 한국 고전소설 속 요괴 서사를 7가지 관점으로 다뤘다.

(1장)먼저 요괴라는 용어에 대한 학술적 개념을 정의하고, (2장)각 작품별 요괴 사서 단락을 △요괴의 등장, △요괴의 작란, △요괴의 퇴치로 이어지는 3단계로 정리했다.

(3장)그리고 빈도 및 중요도에 따라 요괴 정체를 △여우, △용·뱀, △돼지·원숭이, △나무, △기타 동물 및 무생물, △정체 미상으로 분류한 뒤, (4장)요괴의 정체 변신 유무를 기준으로 △정체 유지 유형과 △인간 변신 유형으로 서사 유형을 나눴다.

(5장)또한 설화와 크게 구별되는 고전소설만의 요괴 서사 특징을 밝히고, (6장)당대 고전소설 향유층의 요괴 인식과 그 의미를 자세히 살폈다.

(7장)마지막으로 향후 요괴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문화콘텐츠로써 요괴 활용 가능에 대해 살폈다.

'올출비채'

□ 요괴의 정의

이 책에서 말하는 ‘요괴’란 무엇인가. 먼저,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는 요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가을 7월에 왕[次大王]이 평유원(平儒原)에서 사냥하는데 백호(白狐)가 따라오면서 울었다. 왕이 활을 쏘았으나 맞히지 못하고 무당에게 (길흉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여우라는 것은 요수(妖獸)로 길하거나 상서롭지 않은데, 하물며 그 색이 흰색이니 더욱 괴이하다 할 만합니다. 그러나 하늘은 상세히 말을 하지 못하므로 요괴(妖怪)로써 보이는 것이니, 군주가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반성하여 스스로 새롭게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군주께서 만약 덕을 닦으면 화가 바뀌어 도리어 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였다.

이 밖에도 조선왕조실록, 김시습의 『금오신화』 등에서 ‘일반적이지 않고 부정적 존재’라는 의미로 요괴지사(妖怪之事), 요괴지언(妖怪之言), 요괴지물(妖怪之物), 요괴탄망지인(妖怪誕妄之人) 등 요괴를 지칭하는 다양한 표현이 등장한다.

이에 저자는 이 책에서 요괴를‘비인간이면서 기괴하고, 인간세계에 해를 끼치다가 퇴치되는 존재’로 정의하고, 이 정의에 부합하는 요괴를 한국 고전소설 76편에서 찾아내 총 157종 요괴의 서사와 특징을 다뤘다.

□ 요괴 서사를 통해 본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

'은행나무 귀신'

한국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요괴를 살펴보면, 여우나 돼지 등의 동물류가 다수를 차지하며, 나무귀신이나 작품에 맞게 새롭게 창작된 독특한 요괴 등 그 양상이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괴들의 생김새 및 행동 묘사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더불어 요괴들은 인간에게 다양한 양상의 장난질을 치며, 이를 퇴치하는 방법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특이점을 갖는다. 그 예를 살펴보자.

지하국 대적 퇴치담 「이수문전」에 등장하는 요괴 금돼지가 고려의 공주를 납치해 가던 중 주인공 이수문에 의해 퇴치되는 대목이다.

이수문이 첫닭이 우는 새벽이 되자, 짐을 꾸려 과거 시험장으로 가기 위해 남대문에 들어섰다. 그런데 갑자기 비린내가 코를 찌르며 이름 모를 짐승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여인의 슬픈 울음소리가 은은히 들렸다. 이때 불현듯 ‘길가에서 괴이한 짐승을 만나면 칼로 찔러 죽이라’는 점쟁이의 말이 떠올랐다. 이수문이 급히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빼서 있는 힘을 다하여 그 짐승을 치니, 그 짐승이 한 마디 비명도 지르지 않고 흔적 없이 사라져버렸다. 칼이 떨어진 곳에 가서 불을 켜고 살펴보니, 옥가락지 한 짝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주워서 깊이 잘 보관하였다. - 「이수문전」 중에서

이처럼 요괴는 소설 속 작은 부분이 아닌, 요괴 서사 자체가 작품 전체의 내용이 되거나 작품을 흔드는 원동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 기능 역시 단순 삽화(揷話) 정도가 아닌 보다 다층적인 면에서 분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간 한국 고전소설은 주제나 인물 연구에 치우쳐 왔다. 따라서 오늘날의 요괴 연구는 작품 구성 입자로서 간과할 수 없는 소재이자, 삽화 연구의 자료로서 그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고운전」, 「금방울전」, 「명주보월빙」 등 한국 고전소설 76편에 등장하는 요괴 혹은 요괴 퇴치담을 중심으로 요괴 서사를 분석한 이 책은 한국형 요괴학의 시작을 알리고, 나아가 요괴 서사 연구를 통해 한국 고전소설사의 지평을 여는 첫걸음이라 하겠다.

□ 요괴, 인간의 상상력과 욕망의 집약체에서 K-콘텐츠의 주인공으로

콘텐츠가 문화산업의 핵심인 오늘날, 요괴야말로 각종 콘텐츠 산업의 주인공으로 손색없다. 인간의 상상력과 욕망의 집약체인 요괴는 그 존재 자체가 캐릭터이며, 스토리다. 요괴 서사를 활용해 게임용 스토리텔링으로 확장하거나, 고전의 현대화를 통한 동화책, 만화책, 소설 등 출판물로의 각색, TV 드라마, 웹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등 각종 매체로 확장과 변용이 가능하다.

요괴를 학문의 영역에서뿐 아니라 문화산업의 큰 축으로 개발하는 일본의 요괴 산업처럼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 또한 현대적 변용을 통해 새로운 문화 가치를 창출하고 전 세계에 K-콘텐츠로 알릴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요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말초적이고 상업적인 것을 추구하는 데서 벗어나 학계와 대중문화계가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콘텐츠로서 요괴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이후남 학술연구교수는 “요괴는 인간세계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 인간과 친숙한 존재임에 그 실존 여부를 떠나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다”고 하며, “이 책을 통해 그간 비주류 연구 분야에 머물던 한국 고전소설의 요괴가 차세대 K-콘텐츠로 발돋움해 새로운 문화콘텐츠 계발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은영 기자  eunnara02@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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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소설#요괴#한국고전소설의요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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