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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먹는 물길, 반드시 확보해야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1.11.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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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포커스데일리) 지난 6월 24일로 기억한다. 이날 환경부 낙동강유역관리위원회는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을 의결했다. 핵심 내용은 '반구대 암각화 침수를 막기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물 부족분은 경북 청도 운문댐에서 끌어온다’는 것이다. 울산 시민이 그토록 간절히 염원했던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 맑은 물 공급 길이 동시에 해결되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울산시는 즉각 반겼다.

그로부터 넉 달여.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울산을 방문했다. 김 총리는 반구대 암각화 인근 암각화박물관에서 울산시장, 환경부장관, 문화재청장, 수자원공사사장 등이 참석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암각화 보존 대책을 내놨다. 2025년까지 댐 여수로에 폭 15m, 높이 6m의 수문을 3개 설치해 암각화의 침수를 막겠다는 거다. 수문 설치 시 암각화 침수는 연 42일에서 하루(약 48분)에 그친다는 것이 정부 측 얘기다.

김 총리는 “반구대 암각화라는 인류 문화유산을 이제는 한번 제대로 보호하는 방안과 또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 지역을 세계 인류가 찾을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드는 한 걸음을 확실히 뗐다”고 수문 설치의 의미를 댔다.

올해로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 50주년이 됐다. 선사시대 생활상이 새겨진 이 바위 그림은 발견 당시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온 나라가 떠들썩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암각화이기 때문이다. 인류사적 가치가 워낙 커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받는다. 올해 2월께는 문화재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 목록에 선정돼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암각화에겐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큰 비가 올 때마다 불어난 물에 잠기는 굴욕이다. 암각화 옆을 흐르는 대곡천의 하류 지점에 있는 사연댐 영향 탓이다.

암각화 침수 방지를 위한 거의 유일하고 확실한 해법은 김 총리가 언급하듯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임은 명확하다. 하지만 역대 시 정부가 암각화 보존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명료한 대책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암각화가 있는 사연댐이 상수원이라서다. 시민 식수를 담은 '물그릇'을 아무 대책도 없이 비워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댐 수위 낮추기 대신 제시됐던 다양한 대안들은 모두 실패했고, 묘수를 찾지 못해 보낸 시간만도 20여년에 달할 정도다.

그런데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하겠다는 정부와 낙동강유역 5개 지자체의 지난 6월 협정은 큰 진전 없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관련 부처와 낙동강 수계 자치단체 간의 이견 등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물의 양 또한 정해지지 않고 있다. 낙동강 유역 주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운문댐 물은 울산시가 꾸준히 원해왔던 대체 식수원이다. 식수 해결과 물고문에 시달리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촌각을 다투는 현안사업이다. 그러나 울산의 바람과는 달리 운문댐 물 사용은 낙동강 수계인 대구·경북지역과 이해관계가 엇갈려 언제 갈등이 해결될지 알 수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혀 있는 상황인 듯하다.

오죽했으면 송철호 시장이 암각화가 잠긴 물속에서 현장브리핑까지 강행했겠나. 송 시장이 지난 9월 2일 바지를 적시면서까지 물속에 걸어 들어간 이유는 절박함이다. 그 절박함의 핵심은 정부의 무관심에서 찾을 수 있다. 십수년 간 반구대 암각화가 이슈가 되고 장관과 정치인들이 다녀갈 때마다 한국판 뉴딜사업 운운하던 울산의 맑은 물 공급사업은 여전히 정부의 관심 대상 밖이라는 얘기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 결정으로 운문댐 물 활용에 대한 명분은 생겼다. 하지만 그 실현 과정에서 예상되는 높은 파고를 정부에 막연히 의지하긴 보다 울산시가 키를 쥐고 헤쳐나가야 한다.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은 간절하다. 시민들을 위해 먹는 물길을 슬기롭게 해결해 내는 송 시장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송 시장은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면서 맑은 물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데 정치 생명을 건다는 각오로 임하기를 촉구한다.

정두은 기자  jde03@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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