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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울산 청년 처방전'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1.10.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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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포커스데일리) 도심 시유지·혁신도시 공공청사 예정부지에 청년 공공·행복주택 620가구 이상 공급, 30년 동안 미혼 청년 가구에게 매달 주거비 15만 원 지원, 신혼부부 주거비 지원 연령 확대, 일자리 4000개 창출 위해 300억 원 투입, 청년 고용 후 유지 기업 특별장려금 확대….

최근 울산시가 ‘탈울산 청년 처방’으로 쏟아낸 거창한 문구와 수치들이다. 청년 이탈-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내놓은 ‘청년만을 위한 별도의 패키지’다. 나열하기도 숨 가쁘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울산을 떠나고 있다. 첨단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좋은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탈출하고 있다. 청년들은 묻는다. ‘내 삶과는 무관한데... 그래서 어쩌라고.’

울산 인구는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1만 명 이상 떠났다. 10대는 교육을 이유로, 20~30대는 일자리가 이유였다. 1~8월까지 인구 대비 순유출은 1만7111명. 월 평균 1338명이 빠져 나갔다. 이는 1997년 광역시 승격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전체 인구 대비 순유출도 1.4%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특히 도시의 미래이자 인구 활력 핵심층인 청년 인구의 탈울산 비율은 점점 높아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부라부랴 울산시가 비장의 카드를 꺼집어 냈다. 지난 14일 뽑아 든 이 카드는 실로 파격적이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만 39세 이하 미혼 청년 4만5000가구에게 매달 15만 원씩 최장 4년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올 4월부터 전국 최대 규모로 시행하고 있는 신혼부부 주거비 지원도 수혜자를 만 39세에서 45세로 늘렸다. 늦게 결혼하는 만혼의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신혼부부 주거비 지원은 현재 760가구 9억 원에서 내년부터는 1500가구 48억 원으로 시비 부담도 그만큼 늘게 됐다. 청년 가 보다.다급해진 모양새다.

울산시가 이들 카드로 청년 보듬기에 나선 것은 반복되는 판에 박힌 대책으로는 청년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이리 저리 뛰고 있지만 매번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데다 일자리 질도 낮기 때문이다.

진즉에 청년층의 인구 유출에 철저하게 대처했더라면 청년 마음을 잡는다고 막대한 시비를 쏟아붓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내년 선거를 앞둔 2030 표심잡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부족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주겠다'는 것은 한시적이고, 재정적으로도 영원히 지원할 수 없다는 데서다.

이런 가운데 19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메가시티, 울산의 미래를 열다’ 주제 심포지엄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은 “부울경 메가시티는 인접 지자체와 초광역 협력으로 기반을 확충하고 기업을 유치해 청년들이 울산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도권'을 만들자는 절박함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메가시티가 청년이 살고 싶은 울산을 만들어 줄 해답이라는 얘기다. 청년이 떠나는 울산의 현 상황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경제 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떠나면 어떻게 될까. 도시는 노쇠하고 역동성과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노동력 감소는 경기 둔화로 직결돼 경쟁력 추락이라는 길을 걷게 된다. 울산시가 시비를 들여서라도 청년들을 잡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이유다.

전국적 사안인 ‘저출산·고령화’와 달리 ‘청년층 중심의 탈울산 가속화’는 지역에 특화된 문제라는 점에서 울산시가 체감상 느끼는 충격파는 크다.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는 매력이 떨어지고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와 미래를 준비하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호소한다. ‘돈을 주겠다’는 판에 박힌 대책보다는 숨통을 틔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처방을 바라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외에도 교육·복지·문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총체적인 청사진을 원한다. 청년들이 다시 돌아와 일하고, 살며, 즐기는 처방전을 내놓아야 한다.

정두은 기자  jde03@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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