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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단상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1.09.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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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포커스데일리) 올해도 추석 명절 소식은 스마트폰 SNS 울림이 제일 먼저 전했다. ‘건강’ ‘무탈’ ‘풍성한 한가위’ ‘소망’ 등을 기원하는 축원을 곁들여서다. 그런데 이번 추석엔 ‘화천대유 하세요’ ‘천화동인 하세요’ 등 패러디(풍자)물도 명절 덕담으로 SNS를 통해 전파됐다. 풍자물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명절 덕담에 빗대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풍자물이 최근 정치권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코로나로 지친 현실에서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 채 나흘간의 추석 연휴는 끝나면서 다시 일상이 시작됐다.

긴 추석 연휴가 훌쩍 지나갔지만 여운은 여전하다. 이번 추석 밥상에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그놈의 코로나’다. 답답한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정말 종식은 가능하냐는 거다. 백신 1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면서 희망을 가지다가도 백신 접종률이 높은 다른 나라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코로나 변종이 이어지면서 이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점점 커져가는 상황이다. 여기다 최근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하자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자녀들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이다.

이번 추석도 삶이 팍팍해졌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민초들의 푸념을 애써 비켜가지 못했다. 시장통의 장삼이사, 밥상머리의 필부필부들의 최대 화두는 1년 7개월 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터널에서 벗어나는 일상회복과 먹고사는 문제였다. 단톡방 등 비대면 토크에서 나눈 코로나 민심도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는 자리였다.

이런 와중에도 대선 주자들은 ‘추석 밥상 민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을 터. 대선은 불과 5개월여 남짓 남았다. 지역과 세대 간의 벽, 직업을 뛰어 넘어 민심이 뒤섞이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민족 대이동인 추석을 맞아 연휴 내내 언론 보도에 귀를 기울이며 여론 향방을 살펴보았을 것이다.

거대 여야의 대선 경선전이 한창인 가운데 후보들은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는 듯이 사생결단의 각오이고, 그 와중에 말과 행동이 구설수에 오른 후보도 나오는 상황이다. 밥상 민심은 이들 후보와 대선 이슈로 부상한 ‘고발사주’ ‘조국수홍’ ‘대장동 의혹’ 등을 연휴 내내 안주거리로 삼으며 매서운 회초리를 댔을 터다.

그래도 이번 추석 연휴는 백신 접종 확대로 최대 8인까지 모임이 허용되는 등 큰 변화가 생겼다.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던 요양병원, 요양원 등 요양시설도 접촉·비접촉 면회가 한시적으로 허용돼 부모·자식 간에 얼굴을 비비고 손을 대어보는 눈물 어린 상봉도 이뤄졌다.

변화하지 않은 게 있다면,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국회의원들의 민생 청취다. 특히 내년 선거철을 맞아 이번 추석은 국회의원뿐 아니라 울산시장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군들도 덩달아 재래시장을 찾아 민심을 살폈다. 이들은 학성 새벽시장, 태화시장, 호계시장, 남창시장 등에서 상인들을 만난 뒤 추석 민심을 제각기 내놨다. 집권 여당 측은 '민생 경제 회복'에 방점을 찍었고, 야당 측은 '정권교체'를 전했다.

그런데 민심이란 게 참 신기하다. 매번 자기 진영에 유리한 민심만 확인한다는 거다. 민초들의 얘기는 잊혀져 가겠지만, 그래도 추석 민심이 전하는 준엄한 메시지 만큼은 분명히 있다. 민생 경제를 돌봐달라는 주문이다. 민심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 달라는 얘기다.

모처럼 긴 추석 연휴는 끝나고 이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추석 연휴에도 안전한 귀성길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코로나 최전선인 선별검사소에선 의료진들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며 쉼없이 검사를 이어갔다. 이들에겐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평범한 명절 풍경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의료진들은 “내년 첫 명절인 설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고 싶다”고 털어놨다.

정두은 기자  jde03@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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