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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기획] "선비의 자기주도형 공부법"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른이..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1.09.0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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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주와 술로 마음을 달래는 선비들. [사진제공=한국국학진흥원]

(안동=포커스데일리) 김은영 기자 =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1일, 독서의 달인 9월을 맞아 “선비의 공부법”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9월호를 발행했다.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른이었던 선비들의 자기주도형 공부법을 소개하는 한편, 선비들이 과거 공부에만 메이지 않고, 스스로 읽고 쓰고 베끼고 외우면서 실천했던 독서법과 꿈꾸다가 그 속에 깨우침을 얻었던 수면 학습법, 교재인 서적을 관리하는 방법 등을 다뤄보고자 한다. 

◇ 유기적으로 연결된 몸과 마음이 조화로워야

김자운 교수의 [선비의 자기주도형 공부법]에서는 퇴계와 그의 제자들, 서원의 공부법 등을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펼친다. 퇴계 이황의 제자인 정유일이 보낸 편지에 가난하여 농토를 사고파는 사소한 집안일에 신경 쓰여 공부에 방해된다며 고민을 토로하자, 퇴계는 공부의 최종 목표가 ‘일상에서 벗어나 고원한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하고 하찮아 보이는 ‘일상의 삶을 매 순간 조화롭게 살아내는데’ 있음을 강조했다. 퇴계가 제자에게 언급한 “자기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기기 위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생각이 일어난다면, 이것이 곧 순임금과 도척이 분별 되는 분기점인 만큼, 그 순간 반드시 재빨리 정신을 차려 의(義)냐 이(利)냐를 판별하여야 비로소 소인(小人)을 면하고 군자(君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말속에서 ‘올바른 관계 맺음’에 대한 성패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즉, 조선의 선비들은 일상에서 맺는 모든 관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곧 ‘마음공부’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몸과 마음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므로 ‘마음공부’는 곧 ‘몸 공부’와 연동되어 독서한 내용을 ‘베껴쓰기’하는 것이 손동작과 마음의 관계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선비들은 여겼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공부법의 최대 화두는 ‘앎과 삶’, ‘학습자와 마음’, ‘몸과 마음’, ‘과거공부와 마음공부’가 어떻게 하면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자기 주도적 공부라는 것 자체가 결국 관계의 교육학으로 집약되어 진정한 자기주도 학습의 성패도 결국엔 관계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마친다.

◇ 백번 읽으면 뜻을 알게 된다

이문영 작가는 [정생의 독서일기]에서 무더운 여름이면 더위를 잊기 위해 탁족과 천렵을 하고, 습기 때문에 찾아오는 곰팡이를 방지하고자 책과 옷을 햇빛에 쏘이는 포쇄를 하던 서당의 훈장과 학동들의 판타지 이야기를 펼친다.

훈장인 정생은 더위에 지치고 공부에 지친 학동들을 시켜 그동안 취미 삼아 모아온 책들을 이고 지고 산에 올라 포쇄와 천렵을 하도록 하고, 천렵에는 관심 없는 학동 병구가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묻자 알려주는 학습법은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다. 백번을 읽으면 뜻을 알게 된다고 알려주며 독서를 많이 했기로 유명한 백곡(김득신, 1604~1684) 선생이 십일만삼천 번을 읽은 일화를 소개하자, 병구는 가능한 일이냐며 의심부터 한다. 백곡 선생이 36년 동안 만 번 이상 읽은 책들을 기록한 독서일기인 「고문삼십육수독수기(古文三十六首讀數記)」에는 34편의 책이 적혀있다고 알려주며, 정약용 선생은 백곡 선생이 책 읽은 횟수는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후대에 누가 백곡 선생 이름으로 쓴 것이 아닐까 했다고 약간은 의심하는 말을 전한다. 

책 읽는 횟수를 어떻게 세냐고 묻는 병구에게 서산(書算)으로 세는 법을 알려주고, 본인의 책 속 어딘가에 꽂혀있던 완전 새것 같은 서산에 멋쩍어하던 정생은 책을 베고 잠을 청했다. 꿈속에서 만난 염라대왕이 백곡 선생의 아비로서 아들의 행적을 의심한 정생을 꾸짖자 정약용 선생이 미처 계산을 다 하지 못한 것이라 널리 알리겠다 약조하며 잠에서 깬다.

조선시대 휴가인 천렵.

◇ 꿈속에서도 고민하는 이황 제자들의 공부법

권숯돌 작가의 [이달의 일기 – 공부에 날개를]에서 공부에 지치고 고민스러워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퇴계 이황이 나타나 조선시대 선비들의 공부법을 조언하는 모습을 웹툰으로 소개한다. 이황은 선비들의 학습법으로 ‘읽고 또 읽는’ 해주일록(海洲日錄)의 남붕(南鵬), ‘책을 필사하는’ 성재일기(惺齋日記) 속 금난수(琴蘭秀), ‘잠잘 때도 의문을 품어 꿈에서 해결하는’ 경당일기(敬堂日記)의 장흥효(張興孝)를 예로 든다. 제대로 된 공부는 ‘마음을 닦는 거경(居敬)의 날개’를 왼쪽에 달고, ‘배우고 아는 만큼 행하는 궁리(窮理)의 날개’를 오른쪽에 달아 그 두 날개로 나는 법이라고 공부에 필요한 노력에 관한 이야기로 마친다.<이달의 일기-공부에 날개를> (만화: 권숯돌)

◇ 장원급제 9번 한 찐 천재도 미래를 꿈꾸게 한 어머니의 노고로 만들어진 인재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미디어로 본 역사 이야기-몽룡을 위한 변명]에서 영화와 드라마에서 구현된 선인들은 공부 좀 잘한다 싶으면 뚝딱 장원급제가 가능한 듯 그려졌으나 그 실상은 1,900대 1의 경쟁률로 3대째 과거시험에 도전하는 집안이 있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성균관 입학을 위해 피 튀기는 경쟁과 조선시대 엘리트 공부벌레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속 정약용 교수의 논어 수업은 다양한 시청각 체험과 질문법을 활용하는 현재의 토론수업과 흡사하고, 계절 따라 운동경기를 펼쳐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만고불변의 공부 진리임을 내비친다. 

아들 현룡(율곡 이이)을 가장 과거시험 합격률 높은 중부학당에 들여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임당을 다룬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만든 어머니 사임당의 노고가 빛을 발해 한번 붙기도 힘든 과거시험을 무려 9번의 장원급제를 이룬 찐 천재로 아들을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춘향이에게 푹 빠져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던 몽룡이 춘향을 떠나 장원급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랑’을 위해 하는 공부로 목표가 바뀌었기에 가능했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 영화 춘향뎐(2000)

영화 춘향뎐(2000).

[편액이야기]에서는 이시선(李時善, 1625~1715)의 호이자 경상북도 봉화군 법전면 풍정리에 걸려있는 송월재(松月齋) 편액을 다룬다. ‘송월재’의 의미는 ‘늘 푸른 소나무와 일정하게 밝은 달을 나의 행실로 삼아 살아가는 동안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겠다’라는 선비의 양심을 강조한다. 이시선은 뚜렷한 스승 없이도 글을 한 번 읽을 때마다 콩 한 알씩을 표주박 속에 던져서 그것이 다 차야만 글 읽기를 마칠 정도로 열정이 넘쳤고, 일생 벼슬을 탐하지 않으며 만년(晩年)에 3칸짜리 작은 서재인 송월재를 지어 책상 하나만을 들여놓은 채 독서에 전념했다.

[스토리이슈]에서는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의 박영서 작가의 인터뷰를 실었다. 작가는 스토리테마파크 속 일기 콘텐츠를 집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계기와 ‘시시콜콜한 오늘의 삶은 일기가 되고, 그 일기로 쌓아 올린 삶은 역사가 된다’라는 신념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를 밝힌다. 또한, 현시대의 언어인 ‘양봉 코인, 부장님, 광탈, 멘탈, 입시, 입사, 카드값’ 등 시대상을 담아 조선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감칠맛 있는 풀이를 덧붙였다. 작가는 이번 책이 ‘역사의 입덕 포인트’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공병훈 교수는 팬데믹의 어려움 속에서 주목받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 교실 밖에서 공부하고 교실에서 토론하고 질문하며 과제를 수행)을 언급한다. “이 공부법은 ‘거꾸로 공부법’으로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공부법과 같다“라며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글과 말로 학습되지 않은 지식이 더욱 중요해진 요즘 스스로 공부하고 협동하여 풍부하게 배우던 우리 선인들의 공부법이 빛을 발한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8권을 기반으로 한 6,100건의 창작 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eunnara02@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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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공부법#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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