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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울산의료원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1.07.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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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포커스데일리) 송철호 울산시장은 코로나 사태를 겪던 올해 초 울산에 공공의료원 하나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의료원 설립은 지역의 가장 큰 숙제”라고 비장한 어투로 말했다.

울산은 지난 해 12월 양지요양병원에서 발생한 200여 명이 넘는 집단연쇄감염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당시 지역에서 유일한 코로나 전담병원인 울산대병원은 병상 부족으로 감염병 대응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요양병원 확진자들은 코호트 격리된 병원 건물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장기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잇따랐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울산시는 정치·노동·상공·의료계 관계자, 시민단체 회원, 관련 전문가 등 48명으로 구성된 울산의료원 설립 범시민 추진위를 발족했다. 한 달 뒤인 5월 26일부터는 2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의료원 설립을 홍보하는 현수막과 배너, 포스터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분위기도 띄웠다.

그런데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두 달여 남짓 됐지만 시민 참여는 의외로 저조하다. 열기도 시들하다. 울산시청 주변 도로변에는 서명운동을 촉구하는 홍보 배너 조차 찾아볼 수 없다. 당면한 울산 현안이야 한 둘이 아니지만 울산의료원 설립은 실로 화급을 다툰다. 그러나 그 시급성 만큼 분위기는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온라인 서명 위주로 홛동하던 추진위가 부랴부랴 거리서명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싶다. 지난 17일 사람들이 밀집한 성남동 소방서사거리에 서명 부스를 설치하고 의료원 설립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 같은 홍보 탓인지 14일 7만936명에 불과하던 서명은 21일에는 10만7000명을 넘어섰다. 서명 운동을 시작한 지 두 달여 만에 겨우 일궈낸 실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추진위는 앞으로 시민이 많이 모이는 공원 등 휴양지와 번화가를 찾아가 주 1회 부스를 설치하고 현장 서명과 홍보물을 배부하겠다고 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 등 공공기관에는 서명부를 비치했고, 대단지 아파트 게시판에는 서명운동 포스터와 서명지도 부착했다.

울산 국립대(UNIST) 유치나 개통 11년 된 고속철도 울산역 유치전에서 보여주듯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민 공감대 형성은 절대적이다. 이 당시 지역사회는 하나 돼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시민들도 발빠르게 호응했다.

이 점에서 울산의료원 설립 서명운동이 기대 만큼 원활하지 않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추진위의 노고를 폄훼하려는 건 아니지만 부인하긴 힘든 사실이다. 물론 서명운동이 두 달여 남짓 남았고, 시민들도 울산의료원 설립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어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울산에 의료원 설립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설립 과정까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등 거쳐야 할 절차와 막대한 비용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울산시가 서명운동과 별도로 올해 2월 울산의료원 설립 타당성 용역에 들어간 것도 기획재정부에 예타 면제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비 재정지원 규모 300억 원 이상인 신규사업의 경우 대규모 사업 예산 편성을 위해 미리 예타를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울산의료원은 2025년 개원을 목표로 2000억 원을 들여 300∼500병상, 20여 개 진료과목, 의료인력 500∼700명 규모의 종합병원급 공공의료기관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의료원 사업은 예타 제도가 1999년 시행된 이후 통과된 전례가 없다. 경제성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예타가 진행되면 수행기간만 2년가량 소요되면서 의료원 설립이 상당기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울산은 후발 광역시라는 핸디캡 때문에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민들의 생명권과 결부된 의료 부분은 특히 열악하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울산의료원 설립에 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귀찮을 정도로 기재부와 보건복지부를 찾아가 설득에 나서야 한다.

울산시는 9월 중에 보건복지부에 울산의료원 설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기재부에 시민 염원을 담은 서명부와 용역 결과를 토대로 예타 면제를 요청하겠다고 한다. 시민들이 입원할 병실이 없어서 타 지역으로 이리저리 내몰리고, 중증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는 불행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정두은 기자  jde03@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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