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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형, 아이들 도와줘’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1.07.0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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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포커스데일리) 지난 추석 가황 나훈아는 “테스형! 세상이 왜이래”하고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불러냈다.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부르며 ‘세상이 왜 이런지, 왜 이리 힘이 드는 지’를 묻는 테스형 노래는 국민 가슴을 뻥 뚫어 놓았다. 테스형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코로나 블랙홀의 현 세태를 함축적으로 압축해 주는 의미를 담아내면서 큰 울림을 던져줬다.

요즘의 아이들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길을 1년 반이나 걸어가고 있다. 교육 현장인 학교는 코로나로 인해 개학 연기와 원격수업 전환, 부분 등교수업 병행 등으로 법정 수업 일수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파행의 연속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방역에 밀려 소중한 미래를 잃어버렸다. 학교에서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몸을 부대끼며 어울려 놀거나 머리를 맞대고 함께 배우는 활동 시간을 통째로 빼앗겼다. 친구도 줄어들었다. 부모들의 소득에 따라 교육 격차는 벌어져 아이들의 미래를 갈라 놓았다.

학교에선 국어 수학 영어만 배우는 게 아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친구를 만들고, 사회를 배운다. 사회에서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작은 세계를 미리 경험하는 공간이다. 울산시교육청이 파행을 거듭했던 아이들의 교육을 제자리로 돌렸다는 소식은 그런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울산에서는 2학기 전면등교 재개에 앞서 지난달 28일부터 초중고 학생들이 조기 등교를 하고 있다.

그 사이 아이들에겐 많은 일이 일어났다. 가정 형편이 좋은 아이들은 부모가 온라인 학습을 직접적으로 도와주거나 사교육을 통해 학습과 돌봄 공백을 적극적으로 메워줬다. 하지만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돌봄 부재와 제한적 지원으로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졌다.

여기다 부모의 경제적 타격은 아이들의 문화적 격차를 넘어서 생존 자체를 위협했다. 밥을 굶는 아이가 더러 생겼고, 학대받는 아이도 증가했다. 학교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외부에서 학대 당하고 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최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남은 임기 1년은 상처 입은 교육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노 교육감의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 건 사각지대로 내몰린 취약계층 아이들을 하나하나 보듬어 가겠다는 의미로 읽혀졌기 때문이다.

등교가 재개됐다고 해서 당장 아이들의 잃어버린 시간이 저절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아이들은 삶의 질 저하와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극단적 선택을 상상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온다. 성적 격차가 확대되고 중간 성적 아이들이 양극단으로 갈라지는 결과도 나왔다.

방역당국은 백신접종으로 오는 11월께는 집단면역이 완성될 수 있다고 한다. 교육부도 8월까지 유치원, 초중고 전 교직원과 고3 대입 수험생의 백신접종을 완료하는 등 학교 내 집단면역을 강화해 전면교육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회의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방역 수준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반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 감염자는 본격 확산하는 양상이다. 6일 감염자는 신규 확진 6개월만에 1000명대로 치솟았다. 무엇보다 1차 접종 대상을 크게 늘릴 만큼의 백신 물량도 없다. 이대로라면 4차 유행의 우려가 커지면서 원격수업 전환은 언제든 재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정부와 지자체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의 생계 손실 보상에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면서 정작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에 대해서는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느냐고 말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잃어버린 시간은 교실에서 보상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성적이 앞선 아이들에게도, 뒤처진 아이들에게도 모두 효과적이라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교실 당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고 얘기한다. 노 교육감도 지난 2월 유은혜 부총리와 신년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초등생의 기초학력 보장과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데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미래의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해 달라는 거다.

교실당 학생 수를 줄이는 데는 많은 예산을 요한다. 그래도 코로나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습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1년 반의 공백은 회복할 수 없는 역량의 손실을 가져다주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등교 재개 후 다시 원격수업으로 전환됐던 경험이 있는 만큼 언제 또 코로나 팬데믹 소용돌이가 몰아칠지 모른다. 교육 사각지대용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됐고, 학교 울타리 밖 아이들을 누가 돌보는지,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져야 하는 지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그래야 지난 시행 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테스형, 아이들 도와줘.”

정두은 기자  jde03@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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