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 3일 울산 사연댐을 방문해 울산시로부터 반구대 암각화 침수현황과 보존 방안을 보고받고 있다.

(울산=포커스데일리)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연계한 울산권 맑은 물 사업 확보에 청신호가 켜지는 분위기다.

이달 말로 예정된 환경부 산하 낙동강 유역 물관리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최근 주무부처인 환경부 장관과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울산을 찾아 암각화 보존에 힘을 실어준데다 환경부도 청도 운문댐 물 일부를 울산에 공급하는 것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환경부가 최근 가닥을 잡은 '낙동강 물 다변화 방안'은 경북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30만 t을 끌어와 대구·경북 식수를 해결하는 대신 청도 운문댐 물 가운데 일부를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식수가 부족한 울산에 보내주는 것이다. 운문댐 물 공급량은 하루 7만 t으로 전체 수량의 4분의 1 정도다.

낙동강 유역 물관리위원회는 이런 내용으로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대구 취수원 다변화 방안’을 심의할 예정인데,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울산시 측의 얘기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최근 울산지역 여론을 수렴한데 이어 대구시, 경북도, 구미시와 막판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에 따르면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권 맑은 물 사업과 관련해 지난 3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에 이어 이낙연 전 대표까지 울산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정부와 정치권이 전례 없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정애 장관은 “물 문제에 대한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빠른 시일 내 정리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5일 울산을 찾은 이낙연 전 대표도 “운문댐 물을 울산 시민에게 공급해 먹는 물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사연댐 수위를 낮춰 반구대암각화를 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측은 해당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는 여전하지만 대구시와 경북도, 구미시 등 낙동강 물 관련 지자체 간 협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최근 환경부와 정치권도 울산을 찾아 긍정적 전망을 잇따라 내놓은 만큼 승인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 취수원 다변화 방안은 정부가 낙동강 물 문제를 해소할 근본적인 대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낙동강 유역 지자체 간 협의에 따른 후속조치로 추진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낙동강 통합 물관리 용역을 통해 대구 취수원 다변화 방안으로 해평취수장에서 대구로 물을 하루 30만 t 공급하고, 모자라는 28.8만 t을 문산·매곡 취수장의 정수처리 능력을 고도화해 공급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사업비는 7199억 원으로 추산됐다.

운문댐에서 하루 7만 t을 울산 식수로 공급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환경부 주최로 지난 해 11월 개최한 설명회는 “낙동강 수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구미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무산 이후에도 낙동강 통합 물관리 토론회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 환경부의 최종 심의·의결을 앞두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이 추진되면 울산 시민 식수원인 사연댐 수위를 낮출 수 있어 댐 설치 이후 반복되는 침수로 훼손이 심화되고 있는 반구대암각화를 물에서 건져 올릴 수 있다.

이와 관련 시는 지난 달 사연댐 수위 조절을 위해 ‘사연댐 여수로 수문 설치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자연 방류 기능만 있는 현재의 댐 여수로에 수문을 달아 댐 수위를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는 마지노선을 유지하자는 거다.

용역(용역비 3억 원)은 9월 중간보고회와 12월 최종보고회를 거쳐 내년 2월 마무리된다. 이후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23~2024년 수문 설치 공사가 진행된다.

이번 환경부 중재안이 식수를 둘러싼 영남권 지자체들의 꼬인 실타래를 풀고, 울산의 최대 숙원사업인 맑은 물 확보와 반구대암각화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첫 걸음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정두은 기자  jde03@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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