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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료원 설립에 ‘경제 잣대’ 댈 수 없는 이유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1.04.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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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포커스데일리) 송철호 울산시장이 어제 울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울산의료원 설립 범시민 추진위 발대식에 참석해 “코로나 이전까지 지방의료원이라고 하면 으레 ‘진주의료원 해산’, ‘돈 먹는 하마’, ‘경영 적자’란 단어가 연상되지만,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꿨다”고 말했다. 또  “서부 경남 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진주에 지방의료원이 재개원하기로 하는 등 (의료원이)돈 먹는 하마가 아닌 시민의 생명을 최일선에서 지키는 첨병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의료원이 지역사회에 가져다주는 유무형의 이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임을 현 상황이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시장의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 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변변한 공공의료기관마저 없는 울산의 현 주소를 절감해서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공공병원이 없는 공공의료 인프라가 가장 취약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울산은 인구 대비 병상수와 의료인력 수준도 매우 열악하다. 최근 이어지는 집단·연쇄감염 사태는 열악한 감염병 관리 체계와 공공의료가 없는 인구 110만 명이 거주하는 울산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 간 515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양지요양병원 집단·연쇄감염 사태는 대표적 사례다. 이 당시 지역의 유일한 코로나 전담병원인 울산대병원은 병상 부족으로 확산되는 감염병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였다. 울산시는 궁여지책으로 요양병원 확진자들을 인근 의료시설로 옮기는 방안을 강구했지만,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와상환자라서 장거리 이송은 불가능했다. 결국 요양병원 확진자들은 코호트 격리된 건물에서 제대로 된 코로나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장기간 불안에 떨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잇따라 나왔다. 확진자들을 돌보는 의료 종사자들도 감염 불안에 시달리기는 매한가지였다.

울산의 코로나 확산세는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노동부 고객상담센터에서 직원들이 집단으로 감염됐다. 울주군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에서도 근로자 집단감염이 터졌다. 감염고리가 전방위로 확산하다보니 시민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울산은 오늘부터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됐다. 지역사회에서는 4차 대유행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울한 얘기도 퍼진다.

그러다보니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집단 감염증 사태에 대비해 민간병원인 울산대병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울산에 가장 시급한 것이 공공의료원 설립이라는 송 시장의 말이 가슴에 꽃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울산시가 의료원 설립을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 2월 3일이다. 송 시장은 “의료원 설립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12일 출범한 추진위는 정치·노동·상공·의료계 관계자, 시민단체 회원 등 각계 전문가 48명으로 구성돼 앞으로 울산의료원 설립을 위해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또 의료원 설립 당위성 홍보와 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요구 등 역할에도 나설 것이다.

울산시는 의료원 설립에 1500억~2000억 원을 추산하고 있다. 300∼500병상, 20여 개 진료과목, 500∼700명 인력 등 종합병원급 규모다. 울산의료원 설립 타당성 용역은 8월 마친다. 시는 9월 복지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문제는 울산의료원 설립에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업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예타를 거쳐야 한다는 거다.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가 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이면 대상이다. 수익성이 나오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다. 취약계층의 진료를 떠맡은 공공병원은 적자 운영이 일반적이어서 예타 통과가 어렵다. 울산의 공공병원 건립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추진됐으나 2번이나 예타에서 고배를 마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맞아 공공병원이 없는 울산의 경우 예타 면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공공병원 설립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어서 경제적 타당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거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은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코로나와 싸우는 공공병원이 없는 울산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신속한 추진이다. 일반적으로 예타는 1∼2년이 걸린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주기적인 재난적 감염병 유행(사스→신종플루→메르스→코로나19)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골든타임’ 확보는 울산으로서는 화급을 다투는 일이다.

정두은 기자  jde03@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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