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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릎꿇은 '비무장 민간인 사살' 5·18 계엄군7공수여단 공수부대원, 희생자 유가족 직접 만나 사죄, "40년간 죄책감 시달려"…유족 "용기 있는 고백 감사"
  • 신홍관 기자
  • 승인 2021.03.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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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지난 16일 자신의 총격으로 사망한 고(故) 박병현 씨 유가족을 만나 사죄했다. [사진=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

(광주=포커스데일리) 신홍관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자신의 사격으로 인해 사망한 희생자의 유족을 직접 만나 사죄와 용서를 구했다.

5·18 가해자 자신이 직접 발포해 사망한 희생자를 향해 고백하며 유족에게 사죄한 첫 사례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위원장 송선태)는 지난 16일 오후 3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당시 민간인을 사망케 한 계엄군과 유가족 간 화해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자리는 당시 작전에 참여한 계엄군 A씨가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조사위에 전달한 후, 유족들도 가해자의 사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뤄졌다.

조사위는 “그간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계엄군들이 자신들이 목격한 사건들을 증언한 경우는 많이 있었으나, 가해자가 자신이 직접 발포해 특정인을 숨지게 했다며 유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경우는 최초”라고 밝혔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지난 16일 자신의 총격으로 사망한 고(故) 박병현 씨 유가족을 만나 사죄한 후 희생자를 참배했다. [사진=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

이날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접견실에 마련된 만남의 자리에서 가해자 A씨는 희생자 고(故) 박병현씨의 두 형제 등 유가족을 만나 “어떤 말로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뒤 “저의 사과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아 망설였다”며 울먹였다.

이어 유가족에게 큰절을 올린 A씨는 “지난 4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유가족을 이제라도 만나 용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오열했다.

A씨의 사과에 대해 故박병현 씨 형인 박종수(73)씨는 “늦게라도 사과해줘 고맙다”며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용기 있게 나서주어 참으로 다행이고 고맙다”며 “과거의 아픔을 다 잊어버리고 떳떳하게 마음 편히 살아 달라”며 A씨를 안아주었다.

故 박병현(당시 25세)씨는 1980년 5월 23일 농사일을 도우러 고향인 보성으로 가기 위해 광주시 남구 노대동 소재 ‘노대남제’ 저수지 부근을 지나가다가 당시 이 지역을 순찰 중이던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의 A씨에 의해 사살됐다고 조사위 측은 밝혔다.

A씨는 총격 당시의 상황에 대해 “1개 중대 병력이 광주시 외곽 차단의 목적으로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며 “소로길을 이용해 화순 방향으로 걸어가던 민간인 젊은 남자 2명이 저희들(공수부대원)을 보고 도망하기에 ‘도망가면 쏜다’며 정지할 것을 명령했으나, 겁에 질려 도주하던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사격을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박병현 씨의 사망 현장 주변에는 총기나 위협이 될 만한 물건이 전혀 없었다. 대원들에게 저항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없다”면서 단순히 “겁을 먹고 도망가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5·18 조사위는 그동안의 조사활동을 통해 A씨의 고백과 유사한 사례를 다수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는 향후 계엄군과 희생자(유가족) 간 상호 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적극 주선해 조사위 설치 목적대로 사과와 용서를 통한 불행한 과거사 치유 및 국민통합에 기여할 예정이다.

송선태 진상조사위원장은 “오늘 같은 자리가 마련이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당시 작전에 동원된 계엄군들이 당당히 증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유족들을 대표해서 이제라도 용기 있게 고백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홍관 기자  hksnews@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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