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30년전 구미 두산전자에서는 무슨 일이?낙동강 페놀유출 사건 검찰 논고문 30년 만에 공개 … 비밀 밸브 등 계획적 유출 과정 충격, 페놀 원료 탱크 터지기 이전부터 기준치 9000배 초과하는 수치 페놀폐수 지속적 유출
  • 홍종오 기자
  • 승인 2021.03.13 09:18
  • 댓글 0
1991년 환경단체들의 페놀 불법방류 규탄시위 장면. [사진=구미환경단체]

(구미=포커스데일리) 홍종오 기자 = "자연환경을 훼손, 오염시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검찰 논고문 中

지난해 코로나와중에도 160만 명에 가까운 관객몰이에 성공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계기로 실제 영화제작의 모티브가 된 '두산전자 페놀유출 낙동강 오염사건'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

이 가운데 오는 16일 두산전자 페놀유출 낙동강오염사건 30주년을 맞아 당시 검찰이 1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법원에 제출한 논고문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돼 화제다.

논고문은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을 단독특종 보도한 당시 KBS대구방송충국기자 류희림 씨(現 경주엑스포 사무총장)가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이번에 공개된 ‘두산전자 페놀유출사건 논고문’은 1심 재판의 검찰 논고문으로 당시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비밀 배출구와 상부보고과정 등의 내용이 소상하게 드러나 있다.

두산전자 페놀유출 낙동강오염사건은 지난 1991년 3월14일 밤 10시 경북 구미공단에 있는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저장탱크 파이프가 파열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다음날 오전 6시까지 8시간 동안 무려 30톤에 이르는 페놀원액이 인근 옥계천으로 쏟아져 나와 취수원인 낙동강이 오염되면서 물을 마신 대구시민들이 극심한 두통과 구토, 피부질환 등을 호소해 해당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번 논고문을 통해 공개된 사건의 내막은 충격적이다. 페놀원액이 유출되기 5개월 전부터 페놀폐수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방류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논고문에는 ‘지하 피트(PIT)안의 폐수를 집수하는 과정에서 탱크가 넘쳐흐르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 매일 1톤가량의 폐수를 방류함’, ‘폐수가 흘러나간 흔적을 가리기 위해 철판뚜껑 덮어 놓는 등 세심한 보안활동을 함’, ‘지하집수탱크 밑에는 밸브가 설치돼 있어 폐수가 밸브를 통해 배출구로 흘러 나가도록 되어있다’ 등의 상세한 무단 방류 과정이 나열돼 있다.

또 ‘작업반장이 생산부 차장에게 5~6회에 걸쳐 폐수유출 사실을 보고했고 공장장에도 사실을 보고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 등 은폐 과정도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설치된 비밀 배출구를 통해 5개월간 370톤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페놀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했고 이 사실을 실무선에서 보고했음에도 간부직원들이 묵살해 사건을 키워온 것이다.

특히 논고문은 수개월간 무단 방류된 폐수의 페놀 농도는 배출허용 기준치인 5mg/ℓ의 무려 9,000배에 가까운 44,882mg/ℓ로 기록(경북도 보건환경연구소 시험성적서)하고 있어 눈을 의심할 수준이다.

논고문은 유독성물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기업이 책임감을 갖고 철저한 안전관리를 했어야 했지만, 이윤과 편의를 위해 지역민의 건강과 환경을 담보로 저지른 최악의 환경사건으로 규정했다.

총 29쪽 분량의 이 논고문은 끝으로 공장장 A씨와 생산부 차장 B씨에게는 각 징역 5년, 생산2과장 직무대행 C씨 징역 4년, 작업반장 D, E, F씨는 각 징역 3년 등 중형을 구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후 내려진 1심, 2심 선고를 통해 공장장 A씨와 차장 B씨, 과장 C씨는 각 징역 1년, 작업반장 3인은 징역 8월을 선고하고 2년간 집행을 유예하는 대폭 감형이 내려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환경범죄에 대한 미온적인 처벌이 그 이후 이어진 2008년 페놀유출 사건 등 제 2, 제 3의 환경 범죄를 유발한 것이 아닌가 한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 1991년 3월 14일 구미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탱크가 파열돼 낙동강으로 유입된 30톤의 페놀은 방부제와 소독, 살균제 등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되는 물질로 자연분해가 불가능하고 독성이 강하다. 물과 같은 색깔로 육안으로 구분이 힘들고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아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 물질이다.

이 사건은 이후 전국적인 단위의 환경보호단체들이 결성이 되고 대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전개, 대검찰청에 환경과 신설 등 우리나라 환경보호운동의 전기를 마련한 중요한 계기가 됐고 이 일로 당시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환경처(지금의 환경부) 장차관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됐다.

류희림 씨는 “페놀원액 유출사건이 없었다면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 전역의 주민들이 기약 없이 고농도 페놀에 오염된 수돗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것”이라며 “낙동강 페놀오염사건 3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환경보호와 위험물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종오 기자  focusdaegu@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미#두산전자#페놀

홍종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