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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을 단상
  • 이두남
  • 승인 2020.09.2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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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칼럼니스트)

[칼럼]오랫동안 기세등등했던 여름이 마지못해 물러가더니 어느새 가을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가을이다.

고개를 들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연한 쪽빛 하늘이 가을 여행의 동경을 부른다, 들판에는 뜨겁고 습한 폭염을 온 몸으로 감내한 흔적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탄성을 자아낸다. 여름의 열기와 광풍을 인내하고 영근 풍요로운 결실이다.

올해는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지나가 그 후유증이 아직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정성들인 과실을 수확하기 직전 낙과가 되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해마다 이런 자연 재해는 잦아져 도심은 잠기고 농민들의 허탈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토록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는 자연의 시샘은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이 '엘니뇨현상' 등으로 이어져 북극은 만년설이 녹아내려 평년 온도보다 1도 이상 높아져 태풍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고 바닷물의 수위마저 높아져 해운대처럼 해안에 인접한 도시는 바닷물 침수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의 엄정한 환경에서 태풍 같은 자연 재해와 더불어 올해 들어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반문해 본다. 많은 정성을 들인 결실이 채 익기도 전에 태풍에 빼앗기는 억울한 삶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이기에 탄식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처럼 우연히 우리의 생활 반경이 타의에 의해 간섭 받고 기업이나 소상공인 모두가 낯설고 변이된 시간에 힘겹게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법정 스님은 '가을 이야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일은 태어난 것은 언젠가 한 번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깨우친다. 그래서 가을은 결실의 계절인 동시에 상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흔하게 드나들며 수다를 떨던 카페도, 좋아하던 친구도, 매일 오르내리는 승강기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이야말로 사고의 증발, 관계의 상실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뉴스 정보도, 이야기의 시작과 끝도 코로나19에 묻혀 모든 관심이 편중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계절 내내 아니 해가 바뀌어도 종식되지 못한다면 힘든 세상살이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마저 엄습해 온다.  .    

세상을 살다 보면 파란 가을 하늘처럼 맑은 날이 있고 흐린 날도, 걱정이 태풍처럼 휘몰아쳐 밤새 잠을 설치는 날도 있다.

몇 주 후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다. 한가위는 가을의 한 가운데 있는 큰 날이며 달빛이 가장 밝고 좋은 날이다.

그러나 그 달빛만큼 풍요로워야 할 한가위는 예전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성묘를 가기도 하고 가족들과 만나 송편을 빚던 단란한 풍경은 코로나19에 빼앗긴 채 온라인 성묘와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결실의 계절보다 상실의 계절을 더 체감하는 가을의 문턱에서 낯설게 다가온 모든 일상을 생각해 본다. 올 여름 무더위의 열기를 지나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 확연히 높아진 가을하늘만큼이나 높은 꿈을 그려본다.    

곧 다가올 한가위는 어두웠던 마음이 보름달처럼 밝고 환하게 비추어 지기를 바라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아 상실의 계절이기보다는 결실의 계절로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

이두남  who60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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