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울산=포커스데일리) 중국·인도산의 저가 플랜지를 수입해 직접 제조한 것처럼 시험성적서 등을 조작해 국내외 대형 조선소와 발전소, 석유화학시설 등에 대규모로 공급한 국내 대표 플랜지 제조업체 전·현직 임원 7명이 법정구속됐다.

이들이 10년 간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한 플랜지는 1225억 원 상당에 이른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주영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과 대외무역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플랜지 제조업체 회장 A(75)씨에게 징역 7년을, 전 현직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5년을 각각 선고했다.

법인에 대해서는 2억 원의 벌금형을 명령했다.

울산에 공장을 둔 플랜지 제조업체 임직원인 이들은 지난 2008년 6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위장계열사 2곳을 통해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한 저가의 플랜지를 자체 제작한 제품인 것처럼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국내 발전소·정유·석유화학 설비 등 산업 기반시설에 대규모로 공급했다.

A씨 등은 'Made in China'로 표시된 원산지 표시를 그라인더 작업으로 삭제한 후, 회사 로고와 KOREA를 새로 마킹하는 방법으로 원산지를 속여왔다.

이 과정에서 원산지가 조작된 11억 원 상당의 저가 플랜지가 러시아 등 외국에 판매되기도 했다.

플랜지는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관 이음 부품으로, 정유시설과 석유화학시설 등 배관이 많이 사용되는 시설에 주로 사용된다.

재판부는 "범행이 10년간 이어졌고, 원산지 조작 사실을 모른 채 플랜지를 공급받은 회사가 25개에 달하며, 편취 금액은 무려 1225억 원에 이른다"며 "각종 시설과 플랜트 공사를 의뢰한 최종 발주 회사를 포함하면 피해 회사는 그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산지가 조작된 플랜지는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와 조선사 등에 공급돼 유명 외국 석유기업의 설비와 석유화학 플랜트, LNG 저장탱크에 사용됐다"며 "최종 발주처에서는 중국산이나 인도산 자체를 아예 쓰지 못하도록 지정하고 있어 국내 회사들이 향후 천문학적인 배상책임을 부담할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발주 공사의 규모나 성격으로 볼 때 국내 회사들의 공신력 하락은 물론 국가적 신뢰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두은 기자  jde03@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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