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20여일 앞둔 상황에서 지금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선거판은 한마디로 막장이다.

지난해 말 여야는 준연동형비례제라는 선거법을 개정했다. 일반 국민들에겐 생소한 이 선거법은 그간 거대 양당 구도에서 소수 정당의 목소리도 국회에 반영하자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한 민심도 의석수에 반영해 21대 국회에선 소수 정당도 국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바램은 미래통합당발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등장으로 선거법 개정의 애초 취지가 물 건너가게 됐다.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문제는 최근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막장 정치 행태다.

'가짜정당', '위성정당', '꼼수 정당'이란 용어도 모자라 이젠 모(母) 정당인 통합당의 황교안 대표는 '자매정당'이란 이름까지 끌어들였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꼼수로 급조한 미래한국당이 총선을 치르기도 전에 막장 정치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른바 '한선교의 난'으로 불린 미래한국당의 공천 쿠데타는 황 대표가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내세웠던 한 대표가 사퇴하며 3일 천하로 마감됐다.

미래한국당은 19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공관위가 결정한 공천 후보 명단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모 정당'인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강하게 비판하자 그대로 따른 결과다.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당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마디로 선거법과 정당법을 대놓고 어겨가며 제3당의 선거에 관여하는 명백한 위법 행위를 국민들 눈앞에서 버젓이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위성정당이 선거법위반이 안되려면 최소한의 독립성은 갖춰야하는데 이건 대놓고 타당의 대표의 후보공천에 개입하고 사퇴시키고 후보 다시 정하고 지도부 다시 파견하고..

급기야 미래한국당은 20일 공천을 놓고 통합당과 갈등을 빚은 공병호 공관위원장을 전격 교체하고 또 다른 공관위원들도 전원 교체해 새 공관위를 꾸리기로 했다.

미래한국당 대표로는 통합당 5선의 원유철 의원을 대타로 내세웠다. 급한 불 끄러간 나머지도 모두 통합당 의원들이다.

상식적으로 봐도 명백한 선거법에 정당법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중앙선관위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만 쥐고 선 모양새다.

지금 현재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막장'은 공정한 심판을 봐야할 선관위가 막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들은 선관위에 선거에서 공정한 룰에 따라 경기를 치르게 할 심판의 역할을 부여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애초 100M경주에서 출발선 50M 앞에서 달리겠다는 미래한국당의 출발을 막지 못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로 인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막장 정치는 도대체 어디까지 치달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모양새다.

선관위가 꿈쩍도 안하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미래한국당 정당 등록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사건을 놓고 법원이 심리를 시작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19일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8명이 선관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선관위가 미래한국당의 정당 등록을 수리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더불어 이 소송의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낸 것이다.

이쯤 되면 선관위가 왜 존재하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다행히 재판부는 총선 후보자 등록 시작일이 오는 26일인 만큼, 그 전에 집행정지 사건의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고 한다.

선관위 역시 지금이라도 서둘러 심판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지금의 막장을 방치한다면 4월15일 선거를 치른 후 닥칠 후유증은 더 심각해질테니 말이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