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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윤석열 총장 앞에만 서면 침묵하는 언론
  • 남기창 기자
  • 승인 2020.03.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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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엊그제 MBC '스트레이트'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와 관련된 의혹을 내보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의 언론들이 입을 닫았다. 그들이 자칭 정론지라 포장하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 소명'이라며 소설 같은 기사들을 쏟아냈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그간 검찰의 최고 수장과 검찰의 민낯을 드러낸 기사가 나갈 때마다 전광석화처럼 입장을 밝혀왔던 대검찰청 역시 굳게 입을 닫았다.

한겨레가 윤 총장이 건축업자 윤중천의 별장에 갔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윤 총장은 해당 기자를 수사해달라고 부하들에게 고소한 적도 있다.

심지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고소를 취하할 것을 제안했던 국회의원들을 향해 그 특유의 목청을 높여가며 절대 못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놨던 윤 총장의 기개는 어디에도 안 보인다.

참 이상한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불과 몇 달 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의 동양대 표창장 사문서 위조 혐의를 파헤친다며 온갖 군데 털었던 검찰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마치 영화 기생충처럼" 이란 제목까지 뽑아 검찰발 하명기사를 소설처럼 써대던 조중동 등 이른바 메이저 언론들 어디에서도 이 기사는 보이질 않는다.

/네이버 뉴스 검색 화면 캡쳐

스트레이트가 다뤘던 윤 총장 장모 최모씨의 의혹은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과 잔고증명서 위조, 요양병원 투자 처벌 회피, 정대택 씨와 관련된 여러 사건들이 그 내용이다.

이 의혹들은 사실상 새로운 사실들이 아니라는 건 알만한 시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앞서 이른바 메이저가 아닌 다른 매체들이 여러 차례 보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장모의 판결문은 구글링만 해보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윤 총장 처가와 관련된 의혹은 온라인 공간에서 차고 넘친다. 의정부 지검에 사건이 접수되기도 했다.

게다가 잔고증명서 위조는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통합당 장제원 의원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MBC '스트레이트'

검찰총장 청문회를 앞두고도 통합당 김진태 의원발 윤 총장의 장모가 연루된 의혹을 몇몇 매체가 거론하기는 했다. 하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당시 윤 총장 후보자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넘어갔다. 검찰개혁을 열망했던 국민들도 새로운 검찰총장의 기대다 커서 그랬을까 묻고 넘어갔다.

그럼에도 '스트레이트'는 새로운 의문을 제시하고 숙제로 남겨뒀다. 장모의 사문서 위조를 사주하고 실행한 사람이 윤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라는 것을 밝혔다. 

해당 사건은 윤 총장이 검사로서 장모의 혐의를 비호한 것이 확인된다면 올 7월초 출범할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들도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뉴스타파에 의해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에 대해 경찰이 지난 2013년 내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권오수 회장이 지배하던 두창섬유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배정받고 불과 닷새 뒤 그 중 5분의 1인 24만 8천 주를 김건희 씨에게 장외매도했다./뉴스타파 캡쳐

당시 뉴스타파 보도에도 역시 검찰과 언론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스트레이트는 윤석열·나경원·김재호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행처럼 여겨졌던 검사와 정치인, 판사의 담합에 접근했다.

당장 나경원 의원이 발끈했고 다음날 일부 언론은 나 의원이 반박했다는 보도만 내놨다. 핵심인 윤 총장 장모 의혹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윤석열 총장에게로부터 나온다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들이 들려나오기 시작했다.

법과 원칙을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윤 총장이 법이요 원칙인 셈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도 윤 총장 잣대에 맞지 않으면 직권남용죄로 재판에 서게되는 일이 이젠 하나도 놀랍지 않다.

정당의 공천 과정도 윤 총장 비위에 거슬리면 큰 죄가 되고 온 나라의 언론들이 앞 다퉈 지면을 도매하다시피 쏟아낸다.

그런데 법과 원칙의 신봉자인 윤 총장의 가족과 관련한 의혹엔 일제히 입을 닫아 버렸다. 검찰총장이 이런 사기사건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기사 거리가 넘쳐날텐데 말이다.

이쯤 되면 검찰의 총수가 국민들 앞에 나서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겠노'라고 선언하길 기대하는 게 기자만의 욕심일까.

국민들에게 조롱당하고, 방송에서 부정과 부패가 낱낱이 까발려지는데도 정부가 가만히 있으면 국민들의 불신만 증폭된다. 더 이상 법과 원칙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검찰과 언론은 애써 못 본 척 이 또한 지나가리 할지도 모르겠다. 

임은정 부장검사 정도만 이 의혹에 대해 "형사부 검사들에게 인지 수사할 여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검찰의 사건배당 제도를 지적했다.

그는 "강단 있는 검사가 위법·부당한 지시에 이의제기권을 행사해도 현행 이의제기 절차 규정상 찍어누르기 하거나 재배당해버리면 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비록 검찰과 언론들이 침묵을 지키려해도 시민들은 계속 지켜보고 잊지 않을 것임을 말이다.

지금 국민들은 스트레이트의 클로징 멘트를 화제로 이 의혹을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에 검사가 2천명이 넘습니다. 이중에는 현직 검찰총장의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의혹이 있다면 조사를 일단 해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검사가 분명 있을 겁니다. 저희한테 연락을 주십시오. 그동안 취재한 자료 다 넘겨드리겠습니다. 아울러 추가 제보도 기다리겠습니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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