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 최성재(샤론최)씨(오른쪽)지난달 5일 열린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포커스데일리) 박미라 기자 =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어 외국 관객들을 사로잡고, 오스카 트로피를 4개나 들어올린데 숨은 공로자들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서부터 봉 감독 옆에서 통역을 도맡아 해온 최성재(샤론 최) 씨가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특히 샤론 최는 봉 감독 의도를 정확하게 살려 통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봉 감독은 그에게 '언어의 아바타'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진행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줄곧 그는 봉 감독과 함께하며 봉 감독의 의사를 제대로 전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에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상을 받은 직후 봉 감독이 한 수상 소감을 세심한 언어로 통역해 주목을 받았다.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Once you overcome the one-inch tall barrier of subtitles, you will be introduced to so many more amazing films)" 

최씨의 통역을 모은 유튜브 영상에는 그의 완벽한 통역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댓글이 국적과 관계없이 수없이 달렸다. 

봉 감독과 인터뷰하던 해외 매체도 최씨에게 "당신도 스타"라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신상을 밝히기를 꺼리는 그는 전문통역사가 아니라 한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으며,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100년이 넘는 한국 영화 역사는 물론 오스카의 각종 신기록을  정복한 데는 번역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리말을 영어 자막으로 옮긴 이는 미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20년 넘게 자막 변역과 영화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는 달시 파켓(Darcy Paquet)이다. 

'기생충' 특유의 맛깔스러운 대사를 뉘앙스와 상징성을 잘 살려 번역해 호평을 받았다.

극 중 '짜파구리'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g)'으로 옮긴 게 대표적이다. 

기택(송강호분)이 재학 증명서를 감쪽같이 위조한 딸 기정(박소담분)의 실력에 감탄하며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것은 없냐"고 묻는 대목에선 '서울대'를 외국인이 이해하기 쉽게 '옥스퍼드'로 바꿔 외국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기생충' 음악을 맡은 정재일 음악 감독도 '기생충' 주역 중 한명이다. 봉 감독은 "우아하지 않는데, 우아한 척하는 음악"을 주문했고, 정 감독은 그런 의도를 반영해 음악을 완성했다. 

극 중 박사장네 벽에 걸린 아들 다송의 자화상을 그린 작가는 2000년대 초반 '북치기 박치기'라는 비트박스로 TV 광고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래퍼 정재훈(후니훈)이다. 

'기생충'이 제작된 데는 바른손 E&A 곽신애 대표의 공이 컸다는 평가도 따른다. 봉 감독이 2015년 4월 건넨 15페이지짜리 시놉시스를 보고 흔쾌히 제작을 수락했다고 한다. 

곽 대표 집안은 영화인 집안으로 유명하다. '친구'(2000)의 곽경택 감독이 오빠이고, '은교'(2012), '침묵'(2017)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남편이다.

박미라 기자  woods520@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