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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조국 '죄질 나빠', '범죄 소명'…권덕진 판사의 정치적 표현
  • 남기창 기자
  • 승인 2019.12.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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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질이 나쁘다"는 제목의 보도들/네이버 캡쳐

(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27일 오전 기각됐다.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4시간 20분가량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27일 0시55분 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죄혐의는 소명된다"면서도 "다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범죄혐의의 소명'이란 표현은 검찰의 수사 결과 재판을 열어볼 필요가 있겠다 정도이지 혐의가 있다라는 표현은 분명히 아니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즉 검찰의 주장을 향후 다퉈 볼 필요는 있겠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일이다. 영장판사는 구속 적부만 판단하는 역할이지 유무죄를 가리는 역할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후 조중동 등 신문들과 KBS·SBS 방송 등 거의 모든 매체들이 권 판사의 기각 결정문 전문에 나와 있지 않은 "죄질이 좋지 않다" 등의 제목을 일제히 뽑아냈다.

일부 매체는 죄질이 나쁘다는 부분을 확대 해석하며 검찰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기에 급급하는 논조로 이어졌다. 당장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것이라는 보도들로 이어진다.

언론 보도를 접한 상당수 시민은 곧 '기각사유 전문'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등에 올라온 글의 내용을 보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 다퉈 쏟아져 나온 속보 기사에 담긴 영장 기각 사유와 '전문'이 달랐기 때문이다.

27일 서울동부지법과 서울동부지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쯤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검찰에 보냈다. 

인터넷 등에서 확인되는 '전문'은 권 부장판사가 검찰에 보낸 기각 사유라고 한다.

구속영장 기각 결정문.

오전 1시 무렵 기자들 역시 서울동부지법 공보판사를 통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사실과 영장 기각 사유 보도자료를 문자메시지로 전달받았다.

언론용으로 배포된 기각 사유 첫머리에는 "이 사건 범죄혐의는 소명됨"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어 "다만 이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현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이라는 설명이 부연됐다.

검찰에 전달된 원문에도 해당 내용은 거의 그대로 있지만 "피의자가 일부 범행경위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기는 하나"라는 구절은 언론 배포용 보도자료에는 빠졌다.

정확한 내용이 무엇이냐를 놓고 논란이 컸던 부분은 혐의 사실에 대한 판단 부분이다.

권 부장판사는 언론용 보도자료에서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로 표현했다. 바로 뒤로는 구속 사유가 있지 않은 이유가 나열된다.

원문에서 이 부분은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로 표현돼 있다.

권 부장판사는 이 문구를 언론용에서는 빼고 '죄질이 좋지 않으나'라는 표현으로 축약,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문제는 권 부장판사의 정치적 판단이다. 언론용으로 보낸 자료에는 검찰과 조국 반대 세력을 배려한 듯한 '언론플레이'로 정치적 행위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이에 대해 서울동부지법 공보판사는 연합뉴스에 "지금 '전문'이라고 돌아다니는 건 검찰에 보낸 원문이다. 전문을 저희가 따로 공개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언론용 자료는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축약해서 만들어준 문구"라며 공개되기에 부적절할 수 있는 구속영장 발부·기각 사유는 통상 '두 가지 버전'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기각 사유를 하나 더 작성할 것인지는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재량이란 게 공보판사의 설명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민감한 범죄사실 부분을 판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두 가지 버전을 만들어 검찰과 언론에 따로 보냈다면 더더욱 판사가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조국 기각 결정서에 표현된 범죄의 소명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해석이 필요해진다. 

이에 대해 김용민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를 피의자나 변호인이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재판을 한다고 설명했다.

즉 피의자나 변호인은 검사가 어떤 증거를 갖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변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방어가 어렵기 때문에 증인신문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반대 신문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김 변호사는 "결국 검사의 일방적인 수사결과에 대해 변호인이 효과적인 방어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원이 판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명되었다고 말하지 않고 소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범죄의 소명이 있다는 것을 마치 범죄가 확실한 것처럼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면서 피의자가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판단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페이스북에서 김상수 논객은 원래 일본어 법률 용어 한자인 소명(疏明)은 판사가 검찰의 주장에 한편으로는 심증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경우는 판사가 '범죄가 된다'라는 확신을 가진다는 경우와는 다르고, 범죄 사실의 확정이나 증명과도 다르다는 설명이다. 

물론 판사가 명확하게 우리 언어를 써야 하는데, 관습의 법률 용어를 식민지 시기 때처럼 그냥 차용하다보니 마치 "범죄 증거가 된다"는 식으로 오해를 일으키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부 언론은 "조국 전 장관 구속영장 발부 부부 동시 구속 상황"이라는 오보를 생산해내기도 했다. 

그 매체는 한술 더 떠 조국이 구속됐으니 윤석열 총장이 신년사 등을 통해 향후 수사 윤곽을 드러낼 것이란 해괴한 해석도 내놨다.

아무튼 판사는 결정문 마지막 부분에서는 "결국 현 단계에서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이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이게 기각의 가장 결정적 이유다. 즉 죄질이 약해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하는 것이 맞다. 참 쉬운 말을 판사가 헷갈리게 언론에 왜 보냈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권 판사가 자신이 내린 기각 판단으로 보수 세력과 검찰로부터 받을 공격을 의식한 나머지 나름 묘책이라고 슬쩍 끼어 넣었을지 몰라도 이는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이로 인해 벌어진 사회적 혼란과 또 다른 분열 양상에 대해서는 판사답지 못한 판단을 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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