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캡쳐

(서울=포커스데일리) 이현석 기자 = 경향신문 기자들이 경향신문이 특정 기업과 관련한 기사를 내보내려 했다가 해당 기업으로부터 협찬금을 받고 기사를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앞서 지난 19일 내부 총회를 열고 사장 직무 중단 등의 논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22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난 13일자 1면과 22면에 게재할 예정이던 A기업에 대한 기사가 해당 기업의 요청으로 제작 과정에서 삭제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A기업은 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협찬금 지급을 약속했다. 이 고장에서 해당 기사를 취재했던 기자는 사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경신문지회는 "사장과 광고국장은 A기업에 구체적 액수를 언급했고 사장은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의를 구했다"며 "편집국장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지회에 따르면 이들은 사장·국장·해당 기자와의 면담을 거쳐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지난 19일 기자총회를 열었다. 

경향신문지회는 "사장과 편집국장, 광고국장은 이번 일에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며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 사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제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지회는 성명을 통해 "경향신문의 편집권은 경영권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고 밝혔다. 

내부에서 발생한 일을 공론화한 것에 대해서는 "이번 일을 외부로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드리는 것이 독자 여러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일이 경향신문이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지회는 책임자들의 총사퇴를 포함한 5가지 요구안을 내걸었다. 지회는 △이동현 사장은 즉각 모든 직무를 중단하고 신속히 차기 사장 선출 절차에 착수하며 △최병준 편집국장, 박문규 광고국장도 모든 직무를 중단하고 사규에 따라 이들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회는 △A기업이 약속한 협찬금의 수령 절차를 중단하고 △기자협회, 노동조합, 사원주주회가 포함된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내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경향신문 사태는 그간 언론계 관행으로 여겨졌던 기업과 매체 간의 기사를 미끼로한 은밀한 거래가 내부 기자들에 의해 외부에 공개된 것으로 향후 언론계 전반에 걸쳐 자정 노력으로 이어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뉴스타파' 보도 캡쳐

/'뉴스타파' 보도 캡쳐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시각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번 경향신문 기자들의 자기 고백적 공개에 일단 "기자들의 용기에 응원을 보낸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반면 트위터 등 SNS에서는 그간 뉴스타파 등이 보도했던 이른바 '삼성의 장충기 사장 문자'에서 드러난 해당 매체가 삼성과의 관계를 맺어온 관행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게 경향에서만 일어났을까", "경향도 이상한 기사가 많은데 그나마 경향이라서 이런 결론.."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반응은 기업과의 거래뿐 아니라 검찰 등 권력 기관들과의 은밀한 거래에 대해서도 자기 고백적 반성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이른바 조국 정국에서 경향신문의 법조팀이 검찰발 기사를 검찰의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내보냈던 일부 단독 기사들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트위터 캡쳐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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