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는 올해 하반기 5호선 오목교역 낙후된 상가를 프리미엄 휴식공간을 갖춘 복합쇼핑몰로 새 단장해 시민들이 독서와 휴식을 즐기고 있다.<사진제공=서울교통공사>

(서울=포커스데일리) 이수진 기자 = 일요일 아침, 방배동에 사는 A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7호선 이수역 지하 1층 대합실에 있는 북카페로 향한다. A씨 가족은 의자에 둘러 앉아 책을 읽거나 음료를 마시며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주말을 보내곤 한다. 때때로 운이 좋은 날에는 북카페에서 열리는 소규모 공연도 볼 수 있다.

같은 시각, 자취생 B씨는 친구 C씨와 함께 밀린 빨래를 하기 위해 반포역 지하 1층 무인세탁실을 찾았다. 세탁이 끝날 때까지 B씨는 반포역 안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C씨는 자격증 준비를 위해 바로 옆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2시간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서울 지하철의 풍경이 시나브로 달라지고 있다.

지하철역 풍경은 출퇴근시간에 인파로 붐비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시민들이 부대끼며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무심히 스쳐지나갈 뿐이다.

하지만 유휴공간을 활용한 녹사평역의 예술정원, 상동역의 메트로팜 등에 이어 낙후된 지하철 상가와 공간도 북카페, 무인세탁실, 피트니스 센터, 독서실 등이 생기며, 일상에서 스치는 공간이었던 지하철역이 머무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6년 잠실역 북카페를 시작으로 2018년 이수역, 올해 1월부터는 공덕역에도 독서 테마형 상가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식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시민 누구나 무료로 책을 읽거나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과거 이수역 북카페 자리에는 지하철 공연장이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공덕역 역시 좁은 상가가 늘어서 있었지만 상가로서 매력을 잃고 활기를 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단순히 개별 상가를 개발하고 임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통일된 공간 디자인을 적용해 여러 호실을 통합 개발함으로써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렇게 새로 조성된 상가는 고객이 쾌적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상가를 내놓으면 알아서 임대가 되던 시대는 지났고 수익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방식도 트렌드와 맞지 않다"며 "지하철역 북카페는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수익적 요소를 접목해 새로운 공간 가치를 창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5호선 오목교역의 낙후된 상가가 프리미엄 휴식공간을 갖춘 복합쇼핑몰로 새 단장했으며 11월에는 두 차례의 공연이 열렸다.

지하 1층의 상가수를 66개소에서 31개소로 과감히 줄이고 중앙광장에 소파와 테이블을 비치해 시민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도서를 열람할 수 있으며 휴대폰 무료 충전은 물론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어 노트북 사용도 가능하다. 

2009년 조성된 오목교역 상가는 면적 대비 상가 과밀 설치, 조명 시설 부족, 휴식 공간 부족 등 전반적인 쇼핑 환경이 노후화돼 집객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역 개통 초기 설치된 분수대로 인해 복잡하고 기형적인 상가 구조가 형성돼 동선이 두 개로 분리되는 등 개선이 필요했다. 

서울교통공사는 3호선 학여울역에도 복합 상가 조성을 추진 중이다. 

학여울역은 다른 역과 달리 지하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상가 이용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지하 1층과 2층 약 4000㎡ 공간에 외식업, 영화관, 체육시설 등 다양한 업종의 상가를 검토하고 있다.   

김성완 서울교통공사 전략사업본부장은 "상가수를 줄이더라도 질적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하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 넣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며 "지하철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낙후된 상가와 공간을 혁신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경쟁력을 키워 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수진 기자  bright74@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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