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원 선거일인 24일 오후 홍콩 사우스 호라이즌스 커뮤니티센터에 설치된 투표소 인근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연합뉴스

(서울=포커스데일리) 이현석 기자 =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의 분수령이 될 홍콩 구의원 선거가 24일 홍콩 유권자들의 뜨거운 참여 속에서 평화롭게 진행됐다.

구의원 452명을 뽑는 이번 선거는 지난 6월 9일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시위를 계기로 촉발된 홍콩사태 이후 첫 선거다. 

역대 구 선거와는 정치적 위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는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에 대한 사실상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있다. 

홍콩인의 바닥 민심을 반영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선거 결과가 향후 홍콩 시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민주화 요구 진영에서도 선거일에는 최대한 폭력을 자제하고 투표로 현 정부를 심판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동진압 경찰을 배치했지만 선거 영향 논란을 의식한 듯 최대한 유권자들의 눈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경비를 서고 있다고 SCMP 등이 전하고 있다.

시위대가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토론 사이트 'LIHKG'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선거를 파괴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전체적으로 투표 절차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지만,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면서 부정선거 고발 건수는 크게 늘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4800여 건에 달하는 부정선거 고발이 접수됐다고 SCMP는 보도했다.

홍콩 시민들은 이날 선거를 통해 18개 선거구에서 구의원 452명을 뽑는다.

현재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이 115명을 비롯해 친중파 진영은 327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18개 구의회 중 절대다수를 친중파 진영이 지배하고 있다.

반면 범민주 진영은 118석으로 친중파 진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민주당이 37명으로 가장 많은 구의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다음으로 신민주동맹이 13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차기 행정장관 선거를 위한 전초전의 의미도 갖는다.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은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표 대결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선거인단 117명을 독식하게 된다.

한편 홍콩은 내년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입법회 의원 선거도 앞두고 있다.

홍콩 현지 매체들은 전문가들은 최대 수백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진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다만 야권이 과반 의석까지 달성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반면 친중파 진영은 최근 시위대의 폭력성에 반감을 가진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이날 투표를 통해 표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오전 7시 30분(현지시간)부터 홍콩 일반 투표소 610여곳과 전용 투표소 23곳에서 일제히 투표가 진행돼 곳곳에서 긴 줄이 늘어섰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이날 투표는 오후 10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선거구별 당선자는 25일 오전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선거는 홍콩 사상 가장 많은 시민이 참여한 선거라는 새 기록을 세웠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6시 30분 현재 249만4618명이 투표에 참여해 60%의 투표율을 넘겼다.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투표율은 47.01%였고 앞서 가장 많은 220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던 2016년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선거 때보다 많은 숫자라고 한다.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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