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의 고래형상 암각화(왼쪽)와 칠레 엘 메다노의 고래형상 바위그림. 작은 배가 고래를 끌고가는 모습이 비슷하다. 엘 메다노 고래형상은 칠레 북부 연안에서 1961년 처음 발견됐다. 2018년 파리 1대학 벤자민 발레스터가 정밀조사에 착수해 해발 680m 이상의 산악계곡 14km에 걸쳐 그려진 그림을 추가로 발견했다. 74개 암면에 328 종류의 물상을 찾았고, 이 가운데 고래형상은 48개로 분류했다. 제작시기는 7,882±160 BP로 추정했다.

(울산=포커스데일리) 울산바다 한 가운데서 거대한 심층수가 솟는 용승(湧昇 Upwelling)이 7000년간 매년 주기적으로 발생해왔으며, 이 현상이 울산의 탄생과 성장을 이끈 핵심 자산이란 주장이 제시됐다.

울산학연구센터 김한태 전문위원은 22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7차 한국지역학포럼에서 '천고의 인연'이란 발표문을 통해 용승현상이 울산의 씨앗이자 경제ㆍ사회ㆍ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용승바다는 5대양에서 0.1%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어획고의 50%를 점유할만큼 생산성이 큰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발표문에 따르면 용승은 평균수심 1500m인 울릉분지와 수심 150m인 울산 앞 바다 해저지형의 고저차 때문에 저층의 심층수가 솟는 현상이다.

울산 앞 바다는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140m 높아진 7000년전부터 이 현상이 연례적으로 발생하며, 이로인해 국내 최대의 플랑크톤 생성과 고래까지 이어지는 먹이사슬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또 용승어장이 형성된 시기부터 신석기인이 울산 연안에 정주하기 시작했고, 고(古)울산만과 개운포에서 몰이식 좌초포경과 함께 반구대암각화의 고래형상이 새겨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태평양 동쪽 아메리카의 용승해역에서도 바닷물 높이가 같았던 7000년 전 선사인들이 고래그림을 그렸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2018년 파리 1대학 밴야민 블레스터 박사가 발표한 칠레의 '엘 메다노 고래그림'을 제시했다. 이 그림은 큰 고래를 줄로 연결된 작은 배가 끌고 가는 모습이다.

그림 2019년 7월 21일 울산항 미포조선소를 덮친 해무. 이날 오후 방어진 해역에 용승현상이 생기면서 급작스레 피어난 안개가 동남풍을 타고 태화강 하구로 밀려들고 있다. (UITV 제공)

김 위원은 용승은 짙은 안개를 지펴 조난과 표류를 일으켰으며, 처용설화에 나타난 안개로 이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울산 바다의 용승현상이 비로소 주목된 것은 용승면적이 넓고 수량이 워낙 커 식별이 잘 안됐으나 2010년부터 천리안 기상위성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한태 위원은 "반구대암각화의 경우 유구한 세월을 거쳐 새로운 안목을 통해 알려졌듯이 용승현상도 새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울산의 용승해역은 선사에서 지금까지 울산고을의 성장동력이었으며, 앞으로는 고래게놈을 이용한 무병장수 연구를 비롯 해수전지ㆍ해풍발전 등으로 그 기능이 분화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병일 기자  press@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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