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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표현의 부자유, 그 후
  • 이두남
  • 승인 2019.08.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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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칼럼니스트)

(울산=포커스데일리) 몸집을 불린 태풍이 지열을 달군 대지를 툭 치듯 한반도를 지나친다. 이 때를 기다린 듯 능소화는 더 붉고 베롱나무는 백일 동안 꽃 대궁을 움켜지고 있다. 8.15 해방을 외치는 듯 무궁화 꽃이 한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 어느 때보다 결연히 피어나서 8월을 뜨겁게 달군다.

얼마 전 열린 일본의 국제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에 출품 되었다 철거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일본 내 지식인 및 자국 내 시민단체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문화 전시물에 대하여 지나친 정치의 개입과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기본 이념이 말살됐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분위기가 퍼져있는 일본에서 급기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작은 평화의 소녀상을 확산하는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일본의 적지 않은 시민들이 용기를 내었다는 점에서 시사 하는바가 크다.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진리 즉, 오류 없는 진리는 없다는 발상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도 다수의 사람들은 통설적인 관념이나 관습을 손쉽게 진리로 삼아 거기에서 안주한다. 이것은 이성의 판단의 결론이 아니라 과거의 죄에 대한 사죄보다 감추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그 심리를 깨뜨리는 반대 의견을 악으로 여기는 일본인들의 간사한 역사관이 문제인 것이다. 이런 나라는 주변국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과거 추악한 역사를 가리기 보다는 오히려 독일처럼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죄를 함으로써 피해자의 상처를 아우를 수 있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더욱이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가 개인의 인권은 물론 상대를 배려한다는 덕목의 큰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의견을 틀린 의견으로 치부하여 아군과 적군의 이분법으로 판단하고 싶어 하는 습성이 있다.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여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그 사회는 희망이 있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도 진리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설령 틀렸다 할지라도 부분적으로 진리를 담고 있을지 모른다. 통설이 전적으로 옳다고 하더라도 반대 의견의 시험을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은 의견은 일부만 인정하는 독단적 판단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녀상 전시를 중단하는 것은 숨겨두고 싶은 진실을 드러낸 것에 대한 탄압이라 역설할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이념에도 역행하는 것이며 불편한 진실이다.

지금 나라 안팎으로는 증오가 낳은 전쟁과 핵 위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남북한 간의 화해와 평화에 대한 염원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래를 밝게 보는 까닭은 평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평화는 흥분된 기대 속에 오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준비 속에 맞이해야 그 찬탄이 담아내는 감동은 뜨겁고 오랫동안 지속된다.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보복으로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단결된 민족성으로 결집하고 있으며 평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입니다”. 라며 강하지지만 물기 어린 어조로 국민들에게 전달하여 더욱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한편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나 때문에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미안하네. 아무것도 줄게 없어서” 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강제징용 되셨다가 94세가 되는 최근에야 배상 판결을 받은 이춘식 할아버지의 눈물은 ‘한’ 그 자체였다. 이를 본 김병규씨는 오직 할아버지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표시로 ‘노노재팬’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개인의 작은 감동이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문화 영역까지 영향을 미쳐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등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하자’는 캠페인이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이는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이성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모든 국면에서 소요스러운 이 때 우리는 능소화처럼 당당하게, 백일홍처럼 끈기 있게, 무궁화처럼 고고하게 하나 되어 절대 지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염원한다.

이두남  press@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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