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충효분교의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은 '농사 체험'과 '국악캠프'다. 1학년에 입학하면 졸업 때까지 벼농사 모내기에서 수확까지 과정을 여섯 번 거친다. <사진 제공= 충효분교>

(광주= 포커스데일리) 김성수 기자 = 광주시 광주동초등학교 충효분교는 광주시교육청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명물' 학교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연을 체험하는 학교는 많지만, 자연 그리고 전통문화와 함께 사는 학교는 충효분교밖에 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충효분교는 작지만 특별한 학교다. 이 학교를 '명물' 로 알려지게 하는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은 '농사 체험'과 '국악캠프'다.

이 학교가 무등산 자락을 배경으로 하는 풍광 좋은 곳에 위치해있지만 행정상 대도시이면서도 지형으로는 근교 농촌에 자리잡은 약점 아닌 약점인지 광주시내 쪽으로 아이들을 전학시켜가는 학부모들의 열의(?)와 출산율 감소에 따라 학생 수는 줄어들어갔다.

결국 충효분교가 지난 2013년 학생 수 12명으로 감소하면서 폐교 위기해 처했을 때 이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한 마음이 돼 충효분교의 장점을 살리는 '혁신학교'운동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내세운 것이 캐치프레이즈가 시내 학교들이 수행할 수 없는 '자연 속의 문화 학교'이다.

'자연 속의 문화 학교'는 농경문화 속에서 자연과 하나로 살아온 조상들 대대로 전해 내려온 '협동 정신'과 '전통문화'의 숨결을 생생하게 체험시킴으로써 '살아있는 교육'을 재현하는 것을 표방했다.

충효분교 학생들의 농사 체험은 1일 '체험학습' 정도가 아니라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진짜 농부들처럼 벼농사의 모든 과정을 직접 해본다. 5‧6학년쯤 되면 모내기하는 손길에 연륜이 묻어난다.

충효분교 벼 수확 때는 이웃 주민들도 벼를 베고 떡메를 들었고 교육감도 낫을 들고 나섰다.<사진 제공= 충효분교>

이 학교 아동들은 '학교 논'에서 모내기와 추수, 탈곡은 물론 곡식으로 떡까지 만든다. 거의 1년간 진행되는 '농사짓기 체험학습'엔 학생, 학부모, 교사 가릴 것 없이 함께한다. 

참여자가 많은 날에는 100명 정도가 모여 북적북적 농사를 짓는다. 이웃 주민들도 벼를 베고 떡메를 들었고 교육감도 낫을 들고 나섰다. 1학년에 입학하면 졸업 때까지 벼농사만 여섯 번을 거친다.

이 학교의 '농사짓기'체험에서 보듯 살아있는 현장교육이 호응을 얻어 이제 학생 수는 40명을 넘나들고 있다.

무등산 자락과 농촌의 풍경이 어우러지는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공부하는 충효분교 학교 학생들의 예술적 감성은 국악캠프에서 한껏 발휘되고 있다.

이 학교는 해마다 방학 때면 2주간 국악캠프를 진행한다. 올해는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9일까지 1~6학년 대상으로 여름방학 국악캠프가 열렸다. 마지막 날인 9일엔 충효분교 충효관에서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초청해 신명나는 판굿 공연도 실시했다.

광주시교육청은 학생의 예술체험 기회 확대를 위해 문화예술특성화 학교를 지정해 적극적인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광주동초 충효분교 국악캠프는 학생‧학부모‧교직원이 한마음으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거둔 성과의 한 사례이다.

국악캠프 작은음악회에 참석한 4학년 한 학부모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함께 풍물놀이를 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방학 중에 국악캠프를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광주 충효분교는 작지만 특별한 학교다. 이 학교 국악캠프는 단순한 교육이나 체험에 그치지 않고 전문 과정 입문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깊다.<사진 제공= 충효분교>

충효분교 학생들의 국악캠프는 이 학교를 국악 명문 초등학교 반열에 올려놓았다. 작년에는 국립전통예술중학교 합격생까지 배출했다. 국립전통예술중 타악 전공은 1년에 전국에서 7~9명(전체 신입생 75명) 정도만 입학할 수 있다. 수시 정시 합쳐 3000명 넘게 선발하는 서울대 입학에 비할 바가 아니다.

충효분교 국악캠프는 단순한 교육이나 체험에 그치지 않고 전문 과정 입문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깊다. 지난 2018년 충효분교 풍물동아리 소속으로 국립전통예술중학교에 합격한 당시 6학년 김하연 학생은 풍물판굿부 담당 교사의 권유로 4학년 때 처음 장구를 치기 시작해 교‧내외 공연 및 대회에 참여하면서 전문 국악인의 꿈을 키웠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국립전통예술중학교는 전액 국비로 운영된다. 

김희정 학생(6년)은 "풍물연습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모두 함께하니 재미있게 할 수 있었고, 실력도 많이 느는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광주동초 신미숙 교장은 우리의 문화유산 및 전통예술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이를 이어갈 수 있는 문화재 해설사 프로젝트 및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창의성, 인성 함양 및 현재와 미래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효분교는 무등산에 위치한 충장공 김덕령 장군 기념관에 가까운 곳에 자리한 학교답게 학생들은 남다른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5.18의 진상을 널리 알린 독일인 기자 고 힌트페터씨의 공을 잊지 않았다.

충효분교 학생들은 2016년 5월 망월묘역 힌츠페터 추모비 건립 기념행사에서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엘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리코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했다. 2017년 5월25일엔 고 힌츠페터의 활약에 대한 감사 손편지를 엘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에게 보내기도 했다. 

브람슈테트 여사의 답신은 2017년 11월2일 학교에 전달됐다. 브람슈테트 여사는 "편지를 읽고 울고 또 울었다"며 "보내준 학생과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충효분교 교사들은 학생이 입학하면 "충효분교 가족이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작은 학교지만 이제 자연 속에서 가족처럼 즐겁게 생활해 보자"고 말한다.

매년 봄엔 신입생과 함께하는 미니 입학식이 열린다. 지난해 2명, 올해 2명이 입학했다. 중간에 들어오는 전학생도 많다. 충효분교 전교생은 올해 1학기 기준 41명이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한 반에 12명 정도까지 많은(?) 학생 수를 자랑한다. 지난해 분교장을 역임한 김선행 교사는 "1학년이 2명이라 친구가 없을까 걱정될 수 있지만 입학하면 전교생이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기자  focusjebo@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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