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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혹세무민 "누가 '동네북'을 치는가?"
  • 김정배
  • 승인 2019.07.3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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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배(문학박사ㆍ칼럼니스트)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언제나처럼 크고 작은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꼴을 또 보게 되겠지. 이런 짐작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터라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말의 전쟁’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래도 대통령 탄핵 이후 적개심과 정파이익이 애국심이나 국가이익보다 중시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비합리적인 주장이 국민의 몸과 마음을 멍들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안보위협'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옳다고 믿는 '지식'이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새로운 접근방식이 자신의 이익을 해친다고 여겨질 때 누구나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식인이라 자부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자라면 그 정도까지 망가져서야 되겠는가.

최근 일본의 경제적 보복,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목선 남하, 중국과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침범, 미국의 어정쩡한 태도 등으로 일부 정치인과 언론, 지식인은 호재를 만난 듯이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안보위기의 진단과 처방은 대개 이렇다: 국제정세는 '구한말 시대가 재연'된 듯한데, 국제정세를 보는 정부의 수준은 '해방전후사의 인식' 정도이며, 모든 위기는 정부가 한미동맹을 중시하지 않은데서 자초한 것이며, 굳건한 한미동맹만이 살길이다.

한마디로 한미동맹 체제 속에서 북한과 ‘적대적 공존’을 유지하자는 주장이다. 70년 이상 그러한 ‘안보 프레임’ 속에서 살아온 국민을 계속 가두어 두겠다는 발상으로 읽힌다.

어떤 ‘국제정치학자’는 정부가 '제2의 애치슨라인'을 긋는다고 일갈하면서 한미동맹만이 '우리의 사활적 이익'이라 주장한다. 그의 역사인식과 현실인식이 한심하고 천박한 것은 아마도 한쪽 눈으로만 세계를 보기 때문이다.

'1등' 신문의 사설은 평소답지 않게 횡설수설이다. 동맹은 어느 한쪽이 당하는 위협을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이 기본 전제인데, 미국은 한국의 어려운 처지를 도와주기는커녕 난처하게 만들고 있으며,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면 괜찮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우려한다.

사설이 주장하고 싶은 바는 미국이 그런 태도를 취한 이유는 한국정부 때문이라는 것이리라. 그런데 역설적이게 사설은 한국안보를 위협하는 것이 미국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이중적 태도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동맹체제 안에서 미국은 한국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믿는다. 일본이 한국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도 경제영역에서 일본이 그런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그런 취약한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독자적' 외교노선을 모색해 왔다. 일본과 미국은 그 점이 못마땅한 것이다. 노무현정부 때 그랬듯이 문재인정부에서도 ‘정권교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참고로 말하면 1960년대 초에 미국은 '앞잡이'로 써먹던 트루히요와 고 딘 디엠을 제거한 바 있다. 그것이 역사가 보여준 동맹의 둘 얼굴이다.

미국과 일본이 우리에게 비동맹적 태도를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한국민족주의를 적으로 간주하거나 미국과 일본의 지배구조 안에서 입신한 정파, 지식인, 기업인이 한국의 주류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끔 미군 철수를 '카드'로 썼다. 한국정부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럴 때 주류 보수는 공포와 안보위기를 조장한다. 작금의 태도는 그런 습성이 도진 것일 뿐이다.

과도한 안보위기 주장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비민주적이고 비현실적이며 혹세무민하는 일종의 ‘주술’이다. 왜 그런지 두 가지만 말해 둔다.

첫째, 동북아 냉전체제는 1970년대 초에 해체되었다. ‘중미화해’ 이후 우여곡절이 있었고 분단체제는 지속되었지만, 한국전쟁으로 구축된 질서는 깨졌다.

북한은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할 의도도 능력도 없다. 전쟁을 용납할 주변 국가는 없다. 물론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북한에게 위협일 수 있고, 남한이 북한의 재침을 우려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나머지는 억제력과 자위력 차원의 문제다.

둘째, 한미동맹과 미군은 필요하다. 당연히 내세운 대의는 한국의 안보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미군의 역할은 많다. 남한과 일본을 통제하고, 일본과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하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 사정으로 미군철수 주장은 보수든 진보든 한편으로는 민족주의세력을 견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추종세력을 부추기는 정치적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냉전 지식과 문화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면서 오히려 남을 탓하는 것은 지식인의 태도가 아니다. 새로운 길을 가야할 때 이해관계는 갈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안도 없이 곤경에 처한 정부를 ‘동네북’으로 만드는 것은 의롭지 않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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