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 호날두가 벤치에 앉아 머리를 만지고 있다./연합뉴스

(서울=포커스데일리) 이현석 기자 = 한 마디로 엉망인 친선 경기였다.

26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K리그1 선발팀인 '하나원큐 팀 K리그'와의 친선전은 이해할 수 없는 경기 운영이었다.

발단은 먼저 이날 오후 8시에 치러질 경기가 제때 열리지 않았다. 유벤투스가 경기장에 도착하지 않아 킥오프가 지연되면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기다리는 팬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킥오프를 10분 앞두고 경기장 전광판에는 유벤투스 선수단의 지연 도착을 알리는 안내문이 떴다. 주최 측은 안내 방송을 통해 "유벤투스 선수단의 사정으로 경기가 지연되고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라고 전했다.

킥오프 지연을 알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

유벤투스는 이날 오전 중국 난징을 떠나 오후 1시쯤 전세기 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었지만 출발지 기상 악화로 지연되면서 예정보다 2시간 늦게 도착했다.

선수단은 곧바로 숙소인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지만 준비된 일정이 뒤로 밀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숙소에서 예정됐던 팬 사인회도 지연됐고, 참석이 예정됐던 호날두가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하면서 엉망으로 진행된 이날 경기의 불행을 예고했다.

결국 유벤투스 선수들은 오후 6시를 훨씬 넘어 숙소를 출발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향했지만, 호우주의보가 내린 데다 금요일 교통체증에 갇혀 경기장에 지각하게 됐다.

유벤투스 선수들은 오후 8시 4분에야 경기장에 도착해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팬들은 세계적인 스타 호날두를 본다는 기대감에 그런대로 참고 기다렸다. 

전반전 내내 호날두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벤치에 앉자 경기를 지켜보고만 있을 때까지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후반전을 기대하며 참고 또 기다렸다.

경기전 주최 측이 이날 경기에 호날두가 최소 45분은 경기에 나선다는 계약 조건을 사전에 홍보했기 때문이다. 이날 중계 방송에서도 계약 조건을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시간이 지체되자 더이상 호날두를 향한 환호는 없었다. 후반 호날두가 전광판에 잡히면 환호 대신 야유가 쏟아졌다. 

유벤투스로 돌아온 전설 지안루이지 부폰이 투입될 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다가도 호날두의 모습이 보이면 야유를 보냈다.

그래도 마지막 한가닥 후반 25분 유벤투스가 교체 준비를 할 때는 "호날두"를 외쳤다. 기다리다 지친 팬들은 후반 중반부터 "위 원트 호날두"를 목놓아 외쳤다.

하지만 호날두는 몸조차 풀지 않았다. 팬들은 호날두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이름을 외치며 불만을 터뜨렸다.

호날두가 후반 종료시간이 다 되도록 출전하지않자 관중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무더위 속에서 기다렸던 호날두의 '호우 세리머니' 대신 세징야의 '호우 세리머니'에 만족해야 했던 6만5000명 관중이었다. 실망한 일부 관중은 일찌감치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호날두는 후반전 경기가 모두 끝나고 심판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도 벤치만 지키고 있었다.

호날두는 심지어 유니폼으로 갈아입지도 않은 채 얼굴 표정은 불만에 가득한 듯 보일 뿐 이었다. 

이날 경기는 그나마 K 팀리그 선수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투혼으로 만족해야 했다. 경기는 3대 3 양팀 무승부로 끝났다. 주심은 그 흔한 후반 인저리 타임도 없이 45분을 정확히 지켰다.

호날두 없는 호날두 마케팅에 뿔난 축구팬들은 비싼 입장료를 그것도 힘든 경쟁 끝에 얻었던 경기 관람권을 쳐다보며 망연자실하게 경기장을 나서야 했다.

주최 측인 '더 페스타'는 흥행과 성공적인 경기 운영을 약속하며 언론과 인터뷰까지 했다.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국내 팬들을 화나게 했던 호날두 팔이 마케팅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리 유벤투스 감독이 호날두의 결장 이유에 대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전날(25일) 이미 호날두가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는 내부 사정도 함께 밝혔다. 이 역시 주최사 '더 페스타'와 프로축구연맹이 함께 반드시 해명해야 할 과제다.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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