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캡쳐

(서울=포커스데일리) 서정석 기자 =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여당이 선거를 무효화 하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보도가 니왔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얻은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CIA가 당시 정보 보고에서 이러한 정황을 자세히 다뤘다고 보도했다. 

1987년 대선은 전두환 정권이 6.10항쟁에서 국민의 직선제 개헌 요구에 손들고 대통령직선제를 실시한 해로 12월16일 치러진 선거에서 노태우가 여권 후보로 나섰다.

야권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실패해 각각 후보로 나서며 3각 구도로 대선이 치러졌다.

선거 결과 노태우 후보가 36.6%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김영삼 후보는 28%, 김대중 후보는 27%의 득표율에 머물렀다. 

결국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당시 정황상 노태우의 패배를 우려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노태우 후보가 패배할 경우 선거를 무효로 처리하겠다는 치밀한 계획을 여당 측이 작성했다는 게 CIA 자료에서 드러났다는 것.

대선 수일 전 작성된 CIA 정보 보고에서는 "여당 간부들은 노태우 후보의 (당선) 전망을 놓고 분열했으며, 선거를 조작하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광범위한 조작 계획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11월 23일 작성된 정보 보고에는 "민정당은 군부와 노태우 후보의 관계 때문에 선거에서 노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갈수록 민감해졌다"며 "그 결과 그들은 흑색선전과 투표 조작 등 더러운 술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SCMP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박철언 전 의원 보좌관을 통해 사실 확인을 하고자 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캡쳐

CIA 정보 보고는 당시 정부가 선거 후 불만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방안도 준비했다고 전했다.

한 정보 보고는 "김대중 후보가 선거 결과에 대한 대중의 저항을 선동할 경우 그를 체포하라는 명령도 준비됐다"고 밝혔다.

12월 11일 정보 보고는 "정부 관료들은 노태우 후보가 승리했을 때 광범위한 불만이 발생할 경우 계엄령이나 제한된 긴급조치를 발동해 이를 조기에 진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선 후 일부에서 선거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야권 분열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는 여론으로 인해 이러한 주장은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CIA도 이러한 시각을 공유했다고 SCMP는 전했다.

CIA는 선거 후 정보 보고에서 "노태우 후보의 당선에 대한 절제된 여론 반응은 한국인들이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6년 8월 서울지방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는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연합뉴스

서정석 기자  focusgw@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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