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포커스데일리) 이현석 기자 = 국세청이 이학수 전 전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은 올해 초 이 전 부회장의 재산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 전 부회장 일가가 소유한 서울 강남의 엘앤비타워 실소유주인 엘엔비인베스트먼트가 집중 조사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들의 지분 취득 과정에서 증여세 탈루가 있었는지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법적인 부분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 SDS 주식 등 수조원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 월급으로 지내온 만큼 재산 형성 과정에 삼성의 비자금 등 차명 재산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들도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추가 '삼성 뇌물'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부회장은 법정에 나와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놨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다시 소환됐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검찰은 삼성 본사에서뿐 아니라 삼성전자 미국 법인 계좌에서 2008년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로펌 '에이킨 검프'로 430만 달러(약 51억6000만원)가 송금된 사실을 확인해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추가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자금 지원 얘기를 2번 들었는데 한 번은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이었고, 한 번은 대통령 취임 이후 김석한 본인이 청와대에 다녀왔다면서 (자금)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김석한 변호사의 요청을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뒤 최도석 당시 경영총괄 담당 사장에게 '요청대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 측은 "국세청과 검찰은 수시로 긴밀하게 업무 협조를 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서 나온 단서로 세무조사에 착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최근 증인이나 증인 관련 세무조사를 받고 있느냐"고 심문하자 이 전 부회장은 "그걸 제가 대답해야 하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배척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권력을 사용해 증인인 이 전 부회장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새로운 재판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의 세무조사가 그간 삼성 측이 차명 재산은 더 이상 없다는 주장과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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