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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문화재청 vs 소장자 팽팽한 신경전
문화재청 "배익기씨 설득중"
  • 이현석 기자
  • 승인 2019.07.1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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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배익기씨의 집에 불이 나며 그을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서울=포커스데일리) 이현석 기자 =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을 갖고 있다는 배익기(56·고서적 수입판매상) 씨가 문화재청의 서적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배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자인 국가가 상주본 확보를 위한 강제집행에 나설 명분이 더 커졌지만, 상주본 소재지는 배씨만이 알고 있어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훈민정음 상주본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08년이다. 배씨가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면서 상주본의 존재를 처음 밝혔다. 

그러자 상주지역 골동품 판매상인 조모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논쟁이 촉발됐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조씨는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숨져 소유권은 국가에 있는 상태다. 

문화재청은 이 판결을 근거로 배씨에게 상주본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배씨는 이를 거부해왔다.

배씨는 문화재청이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민사판결을 근거로 상주본 회수에 나서려 하자,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다.

배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이 그가 책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그는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며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한 앞선 민사판결의 집행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은 "무죄판결은 증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배씨 청구를 기각했고, 이 같은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이번 판결로 문화재청은 상주본 확보에 나설 법적 근거를 갖췄지만 배씨만이 상주본의 소재지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회수 가능성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결국 문화재청이 배씨와의 협의에 의해 회수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보상액에 따른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서다.

배씨는 한때 국회에서 상부본 가치가 1조는 된다며 최소한 10분의 1에 해당하는 1000억은 받아야한다는 뜻도 밝힌바 있다.

배씨는 지난해 10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훈민정음 상주본을 국가에 귀속할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배씨는 상주본을 국민에게 공개해 민족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국민이 잘 갖고 있도록 하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귀속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민석 위원장이 배씨에게 "문화재청에 1조원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배씨는 "그런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상주본 재산가치 추정액은 1조원"이라며 "사례금으로 10분의 1 정도인 1000억원을 제시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아도 상주본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2008년 이후 모습을 감춘 훈민정음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서 불이 났을 당시 일부 탄 것으로 확인됐다.

배씨는 화재 당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훈민정음 상주본을 꺼냈고, 이후 자신만 아는 곳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화재청은 상주본 소재를 아는 배씨에게 15일 반환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상주본 회수를 위한 설득을 계속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배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된 뒤 "당장 강제집행 계획은 없지만, 지속해서 배 씨와 협의해 나가겠다"며 "일단 안전기준과장이 17일 배 씨를 직접 만나 상주본 자진 반환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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