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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식의 詩詩한 이야기] 벌떼-여순사건에 부쳐벌떼는 여순사건 진원지 14연대 주둔한 여수 신월동 넙너리
  • 포커스데일리
  • 승인 2018.09.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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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식 시인.

(여수=포커스데일리)

<벌떼―여순사건에 부쳐>

 

넙너리 바다가 끓는다
벌통처럼 쭉 늘어진 14연대,
벙커 속을 땡삐처럼 들락날락했다
애초부터 잘 훈련된 벌떼들,
경계를 서고 일을 하고 꿀을 모으며
여왕벌을 위한 나래질로 윙윙거렸고
세간내기를 위해
이 집 저 집 담장을 넘었다

누가 벌통을 흔들게 했는가?

성난 벌들은 욱 싸돌아 다녔다
벌들의 이동경로를 추격하던 말벌들,
폭격기처럼 벌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좌우지간 분변치 못하는 벌 떼들,

마구 물고 쏘고 죽이고 죽어갔다
왜? 왜? 왜?
숱한 의문 부호만 던진 채
덤터기로 싸잡혀 죽은 자들의
망가진 집은 집이 아니다
사냥은 끝났지만, 물고 물린 자국에는
아직도 선명한 핏기가 흐른다
폭발성 있는 화약고는 입을 다물었지만 
남은 자들의 가슴엔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심각한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다

<詩詩한 이야기 >

벌떼는 여순사건의 진원지인 14연대가 주둔했던 여수 신월동 넙너리 지금은 (주)한화여수사업장을 보고 쓴 시이다. 여순사건 때는 병력이 주둔하였지만  지금은 폭약을 만드는 공장으로 지하 벙커에 시설이 대부분 존재한다.

땅벌처럼 아니면 벌통처럼 쭉 늘어진 통에는 벌떼들이 꿀을 따고 모으는 일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누가 그 벌통을 흔들고 누가 그 벌집을 밟았는가?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전남여수에서 주둔하고 있던 14연대 소속 좌익군인들의 제주도 봉기를 진압하라는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봉기한 사건이다. 그러나 여순사건의 성격은 분단 정부수립과 국가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국가 폭력을 드러 낸 사건이며, 대한민국 반공체제를 낳게 한 현대사의 핵심적 사건이다.

여순사건은 단순한 민간인 학살사건 차원을 넘어 '대구 10월 항쟁' 및 '제주 4·3사건' 과 더불어 해방직후 한반도 통일문제 즉 남한 단독정부 수립과 과련 된 파생사건으로서 항쟁요소가 강한 역사적사건이다.

이 시의 핵심은 봉기군을 벌떼로 진압군을 말벌로 표현하였고 덤터기로  싸잡혀 죽은 자들의 무고한 희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사상과 철학을 가지고 그 가치를 실현 하기위하여 싸우다가 죽은 자들은 값있는 죽음이다. 또 국가 공권력은 치안을 유지하고 국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죽어야 할 이유조차 모른 체 죽어 간 자들이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지역사회에서는 언젠가 한번은 공론화해야 할 화약고이다.
10월19일이 여순사건 70주년이다.

진상규명과 희생자 보상에 대한 법적근거가 마련되어서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이 조속히 이루어져야겠다. 또 국가 권력의 남용과 폭력으로부터 희생자들이 더 이상 발생해서도 안 되겠다. 망가진 집, 남은 자 들의 가슴엔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렸다. 피가 흐르지 않고 거꾸로 솟는 것처럼 심각한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다.

필자는 신월동 넙내리를 지날 때면, 14연대 주둔지를 지날 때면 벌떼들이 윙윙거리는 것 같다. 무슨 원혼의 소리 같다. 아직도 할 말이 많은 의문의 부호를 던진다. 왜? 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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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이야기#여순사건#우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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