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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옛 주인을 찾아 천 리를 달려온 준마의 이야기송길화 전 광주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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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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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화 전 광주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광주=포커스데일리) 몽골어에는 말의 털빛을 가리키는 표현만 무려 240종이 있다.

말과 관련된 용어가 풍부하다는 것은 말의 사육과 관리상의 필요, 말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많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말이 백 마리나 돼도 탈 것이 없고, 양이 천 마리나 돼도 잡아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은 가축에 대한 유목민의 애착을 묘사하는 말이다.

말이 100마리나 돼도 타고 다닐 만한 말이 눈에 띄지 않고(말이 힘들어할 것이 안타까워서), 양이 1000마리가 되지만 잡아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 양이 눈에 띄지 않는다(한 마리 한 마리가 다 사랑스러워서)는 뜻이다.

조선 중기 광해군 때 한 고을 수령이 있었다. 그는 부임하자 수 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하던 사람을 석방해 줬다.

그 사람의 어머니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갓 태어난 망아지를 치마에 싸 가지고 와서 수령에게 바치며 말했다.

"첩의 아비가 생시에 말을 400마리 길렀습니다만 항상 말다운 말이 없다고 한탄하셨습니다. 하루는 한 암말을 가리키며 '이 암말은 반드시 신령한 망아지를 낳을 것이다'라고 저에게 말씀하셨는데 지금 이 망아지가 바로 그 말이 낳은 것입니다."

수령이 임기가 끝났을 때도 여전히 작은 망아지였는데, 그 당시 유정량(柳廷亮)이라는 사람이 백금(百金)을 주고 그 말을 샀다.

세월이 흘러 성장해 큰 말이 되자 그 말은 과연 영묘하고 뛰어났다. 이름을 '표중(豹重)'이라 했는데 광해군이 그 말에 대한 소문을 듣고 빼앗아 가 버렸다.

후에 유씨는 자신의 할아버지 옥사에 연루돼 전라도 고부(古阜) 땅에 유배됐다.

하루는 광해군이 그 말을 타고 후원을 달리자, 말이 갑자기 몇 길을 뛰어올라 광해군을 떨어뜨리고 담을 넘어 하룻밤만에 고부에 도착했다.

유씨는 깜깜한 밤에 울타리 안에서 홀연히 무엇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불을 들어 살펴보니 말이 방문으로 뛰어들어와 벽 사이에 몸을 숨긴 뒤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일어나지 않았다.

유씨는 몹시 놀라고 이상히 여겨 말을 벽장에 두고 1년 동안 길렀다.

광해군이 대로해 현상금을 걸고 대대적으로 말을 찾아 샅샅이 뒤졌고 유씨의 유배지에도 세 차례나 이르렀지만 끝내 발각되지 않았다.

하루는 그 말이 갑자기 갈기를 떨면서 배회하더니 목을 들고 크게 울었다. 그런지 얼마 안 있어 반정(反正)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유씨는 곧 석방됐다.

유씨가 서울에 도착하자 말이 갑자기 스스로 산길로 들어섰다. 종복들이 큰 길로 잡아당겼으나 말은 말을 듣지 않고 고집스럽게 산길로 향했다.

그 말은 본래 신기한 점이 많았던지라 말이 가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한 울창한 숲에 도달했는데, 그곳에 어떤 사람이 엎드려 있었다. 유씨가 보니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의 집안과 평생 원수로 반드시 죄를 묻고자 했는데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된 것이다.

부하를 시켜 그 자를 결박해 잡아오게 한 뒤 마침내 형벌을 받게 했으니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

인조(仁祖)가 이 소식을 듣고 가상히 여겨 말에게 자품(資品)을 주도록 명했다. 후에 유씨가 죽어 반혼(返魂)한 후 말도 먹지 않고 죽으니 시체를 성 동문 밖에 묻어 주었다.

박력과 생동감을 상징하는 말은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해 왔다. 우리는 애초 말 타는 민족이었지만 역사에서 준마(駿馬)의 모습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됐다.

오랜 세월 거친 광야를 내달렸던 준마의 대(代)가 끊긴 것이다. 옛 주인을 찾아 천 리를 달려온 준마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들리는 이유는 진한 감동, 영혼의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기고 : 송길화 전 광주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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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마의 영혼#광해군#인조#송길화 전 광주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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