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데일리) 도대체 골프란  무엇인가? 

골프 역사 600여 년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던지는 화두는 아마 "도대체 골프란 무엇인가" 일 것이다.

알 듯 말 듯, 될 듯 말 듯 한 것이 골프요, 아침에 자신감을 얻었다가 저녁에 자신감을 앓는 것이 골프다. 연습장에서는 잘되다가 필드에서 안 되는 것이 골프요 1번 홀에서는 안 되다가 마지막 18번 홀에서 잘돼서 미련을 안고 집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 골프다.

드라이버가 잘되면 아이언이 안 되고 아이언이 잘되면 퍼터가 안 되는 것이 골프다. 그리고 오늘 '머리 얹은' 골퍼가 구력 20여년 된 이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해줄 수 있는 게 골프다.
 
골프는 참 이상하고 오묘하다. 답을 정의할 수가 없다.

남해안 세인트루이스CC에서 필자의 샷.

얼마 전 한 스님 이 골프관련 했던 말이 흥미롭다. 공교롭게도 골프의 공(Ball)과 불교의 공(空, emptiness)은 우리말과 발음이 같다. 

공(Ball)은 키가 같고, 앞이나 뒤가 똑같으며 얻어맞아도 그 모양 그대로다. 때에 따라서는 머물러 있기도 하고 때론 멀리 튀겨나가지만 언제나 둥글게 있다. 공은 공이고 그래서 골퍼와 인생살이는 마음을 비워야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그린의 홀컵 직경은 백팔번뇌를 상징하는108mm로 돼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래서 골프는 철학적이고 플레이는 마음대로 되지 않은 골퍼들의 영원한 숙제인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자연을 즐기러 나가지만 결국 골퍼들은 스코어에 연연하고 집착하게 된다. 정작마음을 비웠다고는 하나, 마음속의 생각들이 비워지지 않으면 공은 엉뚱한 곳으로 간다.

골프장에선 매너를 중시하지만 골퍼들이 가장 쉽게 매너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 지나치게 남에게 레슨 을 하려든다는 것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전문가이고 나만큼 잘 치는 사람도  별로 없다'라고 자만할 때 항상 골프는 엉망이 되고 만다. 

필자도 그런 우를 범할 때 가 많다. 그래서 골프공은 둥글고 골프는(공)이다.

골프는 잘 치든 못 치든  결국 둥글게 돌아 오는 게 골프다. 자전거나 다른 운동은 한번 배워놓으면 쉽게 잊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라는 마술은 어제 70대를 쳤다가도 오늘 90대를 치는 게 골프다. 반면 오늘은 90대를 치고도 내일 70대를 칠 수 있다 생각 하는 게 골프다.  

그래서 영원한 골프마술에 걸린 골퍼들에게 언제나 꿈이 있다.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부는 가을이다, 골프를 즐기자.

<최갑수. 전 대학골프연맹 부회장, 전 KPGA 경기위원, 포커스데일리 칼럼리스트>

[골프에세이는 필자와의 협의에 따라 월 2회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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