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27일 청와대 '벙커'를 방문한 4당 대표 /청와대

(서울=포커스데일리) 대북 특사 파견을 공식화 한 문재인 대통령이 내주 중반 여야 대표 회동을 요청한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번엔 참석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의 대표 회동 요청을 수 차례 거부하고, 영수회담을 요구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번 대표 회동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성과와 남북 대화 등을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세히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북한이 개회식과 폐회식에 각각 김여정, 김영철 등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만큼 이와 관련된 내용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는 2일 당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여야 대표회동 참석에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의제는 안보에 국한하며 △실질적 논의가 보장돼야 하며 △원내교섭단체 대표들만 초청해서 할 것 등이다. 

홍 대표는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다자회담이라도 응할 수 있다"며 "여태 우리당은 여야 대표들을 불러놓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식의 회동은 대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고 해왔는데, 안보의 위중함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에 안보에 국한하고, 실질적 논의가 보장되고, 원내교섭단체만 불러서 대통령과 회담을 한다면 다자회동이라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요구 조건 가운데 '원내교섭단체만 초청' 부분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간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의 대표도 초청해 회동을 진행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원내교섭단체 대표가 아닌 분들은 대통령이 주관하는 이런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우리가 대선 때도 메이저리거 토론은 메이저리거 대로 하고 마이너리거 토론은 마이너리거까지 별도로 한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 분들을 배제한다는 뜻이 아니고 대통령께서 꼭 하시겠다면 교섭단체 대표를 먼저 불러서 회의를 하고 비교섭단체 대표들은 대통령이 부르고 안 부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다시 '격(格)'을 문제 삼은 것이다. 

현재 국회엔 3개의 교섭단체가 등록돼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이다. 홍 대표의 주장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한국당 대표, 유승민·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만 회동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국회엔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 등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한 비교섭단체들도 있다. 민평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들은 홍 대표의 주장을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 대표는 '대선 후보 토론'을 예로 들었지만 지난 대선 당시 비교섭단체였던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교섭단체 대표들과 함께 토론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간 차별을 하지 않아 온 문 대통령은 홍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 대표가 오지 않겠다고 하면 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7일 여야 대표 회동에서 참석한 민주당 추미애,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주호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에게 청와대 '벙커' 방문을 제안해 안보 상황에 대한 상세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아울러 안보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골자로 한 공동합의문도 내놓았다. 참석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은 한국당이라는 의미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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