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데일리) 학생 감소로 인한 재정적자 누적으로 폐교를 추진하다 철회한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가 새 학기 첫날부터 학사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2일 서울시교육청 서부교육지원청 등 학부모들에 따르면, 은혜초는 개학일인 이날까지 담임교사 배정이 이뤄지지 않는 등 정상적인 학사일정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새 학기 개학일, 교사 9명이 출근했으나 교사들도 담임교사 배정 등과 관련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으며 행정직원들은 아무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학사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부분 학부모는 개학식 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등교한 학생은 3명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은혜초는 '재정 상황 악화'를 이유로 폐교 인가를 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현재로서는 수업료 수입만으로 학교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를 반려했다.

지난 1월 말, 은혜초는 교육청에 '폐교 진행 절차와 관련해 교육청이 요구하는 여건을 갖출 때까지 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폐교 추진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후 학교와 학부모가 학교 잔류 교사 선정, 수업료 산정 등에 이견을 보이면서 정상화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혜초가 지난달 28일, 학부모들에게 연 수업료로 1600만원를 제시하면서 그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은혜초는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신학기 학교에 다닐 의사가 있는 학생이 35명이라며, 이런 비싼 수업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학부모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학교가 책정한 올해 1분기(1∼3월) 수업료는 397만 원이다. 급식비와 스쿨버스 운행비 등을 뺀 금액으로 기존 수업료(160만 원)의 2.5배다.

연간 1588만 원으로, 지난해 국내 대학 중 등록금이 가장 비싼 이화여대 의대(1289만 원)보다 약 300만 원이 더 많다.

학부모들은 수업료 산정 기준이 되는 학생 수를 설문조사 결과가 아닌,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상 재적 인원 132명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교직원 급여 지급과 전학생 수업료 환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법인 재정을 믿을 수 없어 수업료를 낼 수도 없는 처지"라며 "학부모들이 원치 않는 교사를 학교에 남긴다면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의 갈등이 깊어지자 은혜초와 정상화에 합의했던 서울시교육청은 난감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한편, 학교가 무단폐교를 강행할 시, 벌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폐교인가를 받지 않고 폐교를 진행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수진 기자  bright74@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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