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소녀상

(서울=포커스데일리) 3·1절을 맞아 서울 마포구 소녀상설립추진위원회가 홍익대 앞에서 열려던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홍대 총학생회의 요청과 홍익대 학교본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추진위는 이날 오후 국유지인 홍대 앞 소공원에서 제막식을 열고 소녀상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홍익대 측은 학교 앞 부지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부터 학교 관계자 20여명을 정문 인근에 배치하고 소녀상을 실은 트럭을 막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도 이날 제막식을 앞두고 설치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소녀상 설치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생회는 특히 "마포구의회와 마포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 홍익재단, 마포구청의 조속한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이날 SNS를 통해 "소녀상 설치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기 위해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일로 연기되었으며, 의견 수렴과정과 절차에 맞춰 진행하기로 결정됐다"고 알렸다.

이어 "현재 총학생회는 소녀상의 설치 위치에 관련하여 의견 수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소녀상 위치에 대한 의견 수렴 설문조사에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홍대 총학생회

추진위는 총학생회의 요청을 받아 들여 제막식을 연기하고 3·1절 기념식을 현장에서 개최했다. 정문 앞까지 가져 왔던 소녀상은 철거했다.

마포구 소녀상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애초 소녀상은 일본군 관사가 있는 상암동 일본국제학교 앞에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본국제학교 앞은 인적이 드물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설치 장소를 홍대 '걷고싶은거리'로 변경했다.

이번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인근 상인들이 반대하자 결국 추진위는 최종후보지로 국유지인 홍대 앞 공원을 선정하고 3·1절을 맞아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수진 기자  bright74@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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