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청와대

(서울=포커스데일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2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후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회동 불발에 대해 "9일 밤 개막식, 거기서 (펜스 부통령이) 눈도 안마주치는 걸 보고 아마 김여정이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북한이 회동 2시간 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정 전 장관은 개막식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반응도 소개했다. 당시 펜스 부통령은 김영남과 같은 리셉션장 헤드테이블에 자리가 마련돼 있었지만 늦게 온 뒤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정 전 장관은 "나도 그 리셉션장에 있었다. 김영남 위원장하고는 안면이 있기 때문에 가서 아는 척을 했다. 음식을 열심히 들고 계시다가 내가 아는 척을 하니까 고개를 드는데 얼굴이 벌개져 있었다"며 "그 테이블에 펜스는 없었고, 그러니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진 개막식에서도 김여정과 김영남 등 북측 인사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청와대

정 전 장관은 이런 상황이 김정은에게 보고됐을 것이고 이에 따라 취소 결정이 내려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니까 평양에 보고해갖고 김정은의 최종 결정을 받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그게 2시간 전에 아마 당사자들한테, 북쪽 대표단들에게 통보가 됐을 것 같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펜스 부통령의 개막식 직전, 서울 도착 후 직전 행보. 그 다음에 현장에서, 그 다음에 여러 가지 행동거지를 보고 이거 만나봐야 싫은 소리만 듣고 혼만 나겠다 하는 생각이 드니까 (북측이 취소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 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그래야 북한도 비핵화에 대해서 전향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 서로 지금 양쪽에서 기싸움을 하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미국이 태도를 조금만 누그러뜨려주면 그걸 갖고 우리가 남북 대화 채널을 채널을 통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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