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인터뷰 장면.<사진=JTBC뉴스룸화면>

(서울=포커스데일리) 최영미 시인이 괴물은 상습범 이었으며 성추행은 문단에 일상화된 구조적 풍경이고 문제라 지적하며 충격적인 폭로를 털어놨다.

최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불거진 미투(Me Too)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단내 성폭력 현상의 민낯이 드러나 파문이 확대될 전망이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의 겨울 특집호에 '괴물'이란 시를 발표했으며 최근 다시 조명 받고 있다. 

6일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 시인의 시 '괴물'이 화제로 떠올랐다. 

최 시인은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페미니즘 특집 관련 시를 부탁 받고 고민하다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발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손석희 앵커의 "'괴물'로 지목된 시인이 이날 한 언론에 '30년 전 후배들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뉘우친다'는 반응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질문에 최 시인은 "그는 상습범"이라고 단호하게 규정했다.

최 시인은 "우선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내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는다면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범이다.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피해를 봤다.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며 이같이 답했다.

최 시인은 문단 내 성추행 논란에 대해 "내가 등단할 무렵엔 일상화 돼있었다. 93년 전후로 문단 술자리 모임에 많이 참석했다.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문단이 이런 곳인줄 알았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현상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영미 시인은 "신인 여성 문인이 기득권 남성 시인의 성폭력을 거부하거나 지적할 경우 작품을 발표하더라도 평론이 실리지 않거나 문학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등 이른바 복수 행위가 뒤따른다"고 폭로했다. 

최영미 시인은 1992년 등단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사랑의 시차>등의 시로 잘 알려졌으며 지난해 <시를 읽는 오후>를 출간했다.

▶다음은 최영미 시인의 '괴물' 전문이다.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황해문화>, 2017 겨울, 128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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