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서울=포커스데일리)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 만 19세 이상인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거연령 하향 주장은 국제적인 기준이나 참정권 확대라는 차원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항상 무산돼 왔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유권자들의 표가 쏠리는 것을 우려한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다. 

지난 대선을 앞둔 1월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합의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권성동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 대표적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행동단,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연대추진단은 1일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의 참정권을 반대하는 정당은 평생 찍지 않겠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자유한국당만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모든 정당들이 만 18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을 낮추는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계속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면 우리는 평생 자유한국당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은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없어 전교조 교사를 따라 투표할 것이며, 학교가 정치판이 될 수 있다'고 흑색선전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나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선거연령이 낮아져 새로 추가되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 같은 예측, 청소년들은 어차피 유권자가 아니므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도 선거에 불리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표계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유한국당은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사회개혁 정당으로서 선거연령 하향과 사회적 평등권 확대에 결코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어 "선거연령 하향에 따른 '학교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는 취학연령 하향으로 불식해 가도록 할 것"이라며 "조기취학은 18세 유권자가 '교복입고 투표'하는 상황도 초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유아 학부모들의 보육 부담을 완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선거연령 하향 문제를 학제 개편과 연결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만 6세인 취학아동 연령을 낮춘 뒤 만 18세 고등학생들이 없을 때 선거연령을 하향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교복 입고 투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학제 개편이 완료된 뒤 취학한 학생들이 만 18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십수년이 지난 뒤에야 선거연령을 하향하자는 주장인 셈이다. 

참여연대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이같은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도 취학연령 하향으로 '교복입고 투표'하는 상황은 막겠다고 발언했다"며 "참정권의 핵심인 투표할 권리를 두고 아직도 '정치화' 운운하는 자유한국당의 인식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만 18세 국민들에게 이미 병역과 납세의 의무 등 헌법상 의무는 부과하면서 권리는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은 꼼수 부리기 중단하고 2월 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 입법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 국가 중 만 18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정권 확대가 이뤄질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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