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2월 20일, 당선인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서울=포커스데일리) 지난 박근혜 정부 '실세'로 군림했던 친박계가 몰락했다. 수감된 청와대 인사들은 물론이고, 친박계 의원들조차 당내에서 입지를 잃었다. 지난 정부 시절 비리가 점차 드러나면서 법적 조치를 앞두고 있는 인사도 상당수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25일 무죄를 확정 받은 뒤 "아직도 우리 당에 친박계가 있나, 다 잡혀가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라며 "이러다가 친박계 모임을 서울구치소에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불평 섞인 말이지만 친박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발언이다. 

친박계의 실세 중의 실세로 군림했던 이는 최경환 의원이다. 지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그야말로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다. 그는 지금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최 의원은 지난 2014년 10월23일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예산 규모를 유지해달라는 대가성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야당은 국정원 예산 축소를 요구하고 있던 상황. 최 의원은 지난 22일 재판에 넘겨졌다. 

'친박계의 큰형' 서청원 의원은 자신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홍준표 대표가 청산 작업에 속도를 낸 탓이다. 거기에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상황, 의원총회에서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당헌당규로 아직 제명당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정치적 영향력이 전무해진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엔 자신의 최측근인 이우현 의원이 구속 기소되고, 불법자금을 수수하고 포스코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시사저널>에 의해 제기되는 등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의 기소 여부도 곧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당시 KBS 보도본부장에게 세월호 보도 축소를 요구하는 등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무소속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새누리당의 대표를 맡았던 그는 국정감사 도중 단식을 하는 등 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되고, 이후 당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 뒤 새누리당을 자진 탈당했다. 인 전 비대위원장이 인적 청산 의지를 밝힌 후다. 

또다른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지난 15일 홍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기 의정부 경민학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25일엔 자택과 의정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홍 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 내 출마 희망자들에게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했지만 패배했다. 

이우현 의원 역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공모 전 남양주시의회 의장으로부터 공천 청탁과 함께 5억 5000만원을 받는 등 19명의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들로부터 11억9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최경환 의원과 같은 날인 22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외에도 '신박'으로 불렸던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지역구 기업인들로부터 불법정치자금과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배덕광 의원이 부산 엘시티(LCT) 게이트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배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그들이지만, 이젠 소속 정당으로부터 외면받은 채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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