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공동체 산 위의 마을과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주민 들이 보발분교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산 위의 마을 제공>

(단양=포커스데일리) "대통령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에 있는 '산 위의 학교' 단양 가곡초등교 보발분교를 지난 1월 5일 졸업한 정지성 군이 올린 청원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 군은 "저는 작년 2월에 엄마 아빠의 권유로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에 있는 '산 위의 마을'이라는 데로 산촌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3월에는 그 마을에서 가까운 보발분교로 전학을 갔고, 학생회장을 하면서 그 학교에 다녔어요."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에는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이제는 마을을 떠나 있지만, 보발분교에서 지냈던 꿈과 같던 시간은 늘 제 기억에 남아 있어요."라고 지난 학교 생활을 회고 했다.

정 군은 "처음에는 시골 생활이 낯설고 힘들었어요. 동생들, 선생님들과 야구도 하고 학교 앞 개울에서 장난을 치며 노는 동안 어느새 학교는 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주었어요. 그런데 제 친구인 보발분교가 폐교가 된다고 해요"라며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의 절박한 사연을 전하고 있다.

이어 "우리는 이 학교를 너무 좋아하는데, 어른들은 자기들이 다닐 학교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좋은 학교를 폐교시키려고 하는지.. 정말 답답해요."라며 안타까워 했다.

정 군은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어요. 대통령님과 교육감님이 작은 학교를 살리고 싶어한다고 하셔서 투표하셨다고요. 학생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학교를 살려야 하는 게 맞지 않냐고도 하셨어요."라고도 했다.
 
"할아버지. 동생도 선생님도 나무도 개울 속 물고기도 모두다 친구인 학교, 제 친구 보발분교를 살려주세요."라며 글을 맺었다.

<사진=청와대국민청원 홈페페이지 갈무리>

◆ 폐교 위기에 놓인 작은 산골 마을의 보발분교

충북 단양 가곡면 보발리에 단양 가곡초등교 보발분교가 있다. 지난해에 9명이었던 학생 수가 올해 5명으로 줄었다. 

졸업하는 학생은 있어도 입학하는 학생은 없는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한때 400여명에 달했던 학생 수가 급감한 것이다.

농촌인구 감소에 따라 교육 당국의 통폐합 조치에 따라 학교는 곧 폐교될 위기에 놓여 있다.

학교 폐교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학생들은 작은 학교는 나름대로 인성교육에 탁월한 기능이 있고 적어도 초등학교까지는 차량 통학이 아니라 걸어서 다닐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는 지역의 문화적 중심성을 가지고 있고 한번 폐교되면 귀농자들의 자녀들이 늘어난다고 해도 다시는 개교할 수 없다"고 한다.

무소유의 신앙공동체를 표방하는 '산위의 마을'은 지난 2004년 충북 단양의 산촌 지역 보발리에 자리 잡고 생명의 농업과 공동체 형태의 자녀교육을 하면서 자급자족의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단양교육지원청이 더는 정상적인 운용이 어렵다고 판단, 가곡초등교 본교와 통합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복식학급 운영과 순회교사 배치, 모둠 수업·체육활동 차질 등 문제가 많다는 것이 교육지원청의 방침이다.

교육지원청은 지난해 11월 이장과 주민, 동문회를 상대로 학교 통폐합 설명회를 했다. 이후 설문조사를 통해 전체 학부모 8가구 중 75%(6가구)의 찬성을 얻어 통폐합을 행정예고한 상태라고 한다.

오는 19일에는 충북도의회 임시회에 '보발분교 폐교에 대한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고 심의하는 절차를 앞두고 있다.

천주교 공동체 산 위의 마을과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주민들이 보발분교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산 위의 마을 제공>

이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초등생과 유치원 나이의 아이들이 걸어 다녔던 학교가 12㎞나 떨어진 본교까지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보발분교가 단순한 학교만이 아닌 산촌 지역의 유일한 문화 공간이며 농촌살리기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에 '마을 붕괴'라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보발분교를 살리기 위해 산촌유학을 해왔고 학교 선생님들은 자녀와 조카를 전학시키는 등 노력해 왔기에 안타까움을 넘어 절박함마저 느끼는 상황이라고 한다.

폐교를 반대하는 대책위는 실행계획 수준의 산촌유학센터 운영 계획을 만들어 인가를 받고 준비 중이며, 폐교가 연기될 경우 혁신학교라는 대안도 마련했다. 만일 폐교될 경우에는 대안학교를 제안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산위의 마을에서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의 박기호 신부는 "보발분교의 보존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보금자리가 해체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박 신부는 또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교육 당국의 논리는 교육을 지나치게 효율성만 따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충북교육청에 폐교 반대의 뜻을 전하고 지난달 27일부터 통폐합반대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다. 지난 13일까지 4280여명이 폐교 반대에 동참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서명 참여자들 상당수는 외지인들이라고 한다.

보발1리 박남진 이장은 "귀농·귀촌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자녀 교육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라면서 "학교가 사라지면 사실상 농촌으로 들어오려는 귀농·귀촌 발길이 완전히 끊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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